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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에세이] 스포츠계의 큰 별이 지다 /김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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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11-30 19:30:26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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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생을 정리할 시간이 조금이나마 있지 않을까. 제갈공명은 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자기 운명이 얼마 남지 않음을 짐작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삶의 끝이 어딘지 모른다. 대부분 주변을 정리할 여유조차 없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다.
   
한 달 전 윤곡(允谷) 김운용 전 IOC(국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의 타계를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 스포츠를 이끌어 온 거목이자 태권도계의 전설이어서 슬픔은 배가됐다. 김운용의 뒤를 이을 국제 스포츠 행정가가 아직 보이지 않아 아쉬움은 더욱 컸다.

대한민국 스포츠 근대사에서 김운용처럼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 또 있을까. 고인의 대표적인 업적은 1988 서울올림픽 유치이다. 국기원을 세워 태권도 행정의 근간도 다졌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을 창설해 K-POP보다 먼저 태권도를 한류의 중심에 놓았다. 지난 10월 말에는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한양대 올림픽체육관과 국기원에서 세계 60여 개국 2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김운용컵 국제오픈태권도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대한체육회도 고인의 평전인 ‘세계를 품은 빅맨, 김운용’을 발간했다.

물론 고인의 허물이 전혀 없다고 할 순 없다. 산이 높으면 골짜기가 깊다는 말이 있듯이 잘한 일이 있으면 그렇지 못한 일도 있으니 이것이 인생사가 아니겠는가.

고인은 군인이자 외교관이자 정치인이었다.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스포츠 행정가이기도 했다. IOC 부위원장으로 재직하며 스포츠 대통령이라 불렸던 그는 국내외의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잘 활용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남북 동시 입장과 태권도 정식종목 채택은 김운용의 힘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유치 또한 고인이 이룬 성과 가운데 하나다. 대한민국의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이러한 일들이 국제적인 소양과 힘을 갖춘 ‘빅맨’이 없었더라면 가능이나 했겠는가. 다시 한 번 고인에게 경의를 표한다.

스포츠 행정가의 중요성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올림픽 개최지 선정부터 각종 세계대회 유치까지 국익을 위해 한 몸을 바치는 그들이다. 정치적으로 풀기 어려운 갈등도 스포츠 외교를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1971년 탁구를 통한 ‘핑퐁 외교’를 앞세워 수교의 물꼬를 튼 것이나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북한이 참가한 게 대표적이다. 2018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한다면 한반도 평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평창올림픽 개최로 우리나라는 4대 메가 이벤트인 하계·동계올림픽과 월드컵·세계육상선수권을 모두 치른 나라가 된다. 이런 위상에 걸맞게 국제적 소양과 자질을 갖춘 스포츠 행정가 육성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IOC 위원은 유승민 선수위원 한 명뿐이다. 선수 출신부터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하고 전문성과 연륜을 갖춘 전문가를 두루 발굴해 국제적인 스포츠 행정가로 키워야 국익에 도움이 된다. 선진국이 자국 출신이 IOC 위원이나 국제축구연맹(FIFA)위원에 당선되도록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이유다.

   
우리 정부도 ‘모든 국민이 스포츠를 즐기는 나라’라는 슬로건 아래 스포츠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단계를 밟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스포츠를 100대 국정과제에 넣어 ‘국정농단’ 사태로 위축된 스포츠계의 혁신과 발전을 다시금 이끌고 있다. 앞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유치를 발판 삼아 제2, 제3의 김운용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영산대 태권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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