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항 지진을 이유로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연기한 것은 예상되는 혼란에도 불구하고 그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결정이다. 국내 지진 계측 사상 두 번째로 강했다는 이번 지진은 포항의 고사장 14곳 중 10곳에서 심각한 안전 문제를 일으켰다. 아무리 중요한 시험이라도 사람의 안전과 맞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여진까지 계속된 마당에 심리적 불안에 떨 포항 학생들과 전국 수험생의 형평성을 고려한 것도 ‘역지사지(易地思之)’ 측면에서 온당하다.

도입 24년 만에 자연재해로 처음 수능 연기 결정을 내리게 된 과정 역시 주목할 만하다. 당초 교육부는 지진 발생 직후 “수능은 원래대로”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후 8시께 ‘연기’로 변경하면서 국민의 양해를 구했다. 포항 학교 현장의 ‘수능 불가’ 의견이 경상북도교육청을 거쳐 교육부와 행정안전부에 전달됐고, 이를 관계부처 회의에서 수용한 것이다. 상부에 의한 일방적 ‘톱-다운’ 식 결정이 아니라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시스템적 결정’이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럼에도 ‘16일 수능’에 생활·생체 리듬을 맞춰온 수험생들의 당혹감은 만만찮을 수밖에 없다. 이들이 평정심을 되찾게 도와야 할 학부모와 교사의 부담감, 학사 일정과 인력 운용이 흐트러진 각 고교 및 대학의 혼선도 적잖다. 정부가 후폭풍 최소화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후폭풍 최소화의 길은 완벽한 후속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는 데에 있다.

교육부는 논술 면접 등 대학별 고사, 정시모집 등의 일정을 일주일씩 순연키로 하는 1차 후속대책을 어제 오후 발표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이날 “대학의 혼선과 부담도 있지만, 수험생 혼란부터 줄여줘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며 정부 방침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고사장 변경 여부, 일주일이나 보관해야 하는 수험표 분실 시 대응요령, 수능일까지의 학교 급식 제공 여부 등 수험생들이 던지는 현실적인 질문은 계속된다. 수능시험을 포함한 올해 대학입시 전 과정은 결국 우리 사회와 정부의 성숙도 및 실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