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발전연구원이 표절 논란에 휘말린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부산발전연구원은 부산시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는 싱크탱크다. 게다가 이번에 문제가 된 용역보고서는 원도심 4개 구 통합과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다. 첨예하게 찬반이 대립하는 사안인 만큼 무엇보다 엄정한 분석과 방향 제시가 필요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서 일부가 표절이라며 관련자의 문책을 요구하는 지적이 그제 행정사무감사에서 제기된 것이다.

부산발전연구원은 한국지방정부학회와 함께 지난달 ‘원도심 통합 비전과 발전 전략 연구용역’ 보고서를 냈다. 부산시가 예산 2억7000만 원을 지원했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2010년 경기개발연구원이 낸 ‘지방자치단체 통합에 따른 재정 지원과 지방재정 변화에 관한 연구’ 보고서 일부를 그대로 베꼈다는 것이 부산시의회 전진영 의원의 주장이다. 부산발전연구원의 신뢰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원도심 통합은 서병수 부산시장이 부산 발전을 명분으로 작심하고 추진하는 시책이다. 시는 반대가 심한 중구를 제외한 동·서·영도 3개 자치구로부터 통합 건의문을 받아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 제출했으며, 통합 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방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마당에 도시 지형과 구조가 다른 경기도에 초점을 맞춘 내용 일부를 베껴 용역보고서에 실었다니 비난을 자초한 셈이다.

부산발전연구원의 해명은 더 옹색해 보인다. 보고서 전체 680쪽 가운데 서론에 해당하는 11쪽 분량의 이론적 배경에 인용 표시를 누락한 것이란다. 이마저도 한국지방정부학회가 작성하면서 생긴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부산발전연구원은 아무 책임도 없다는 이야기인가. 사정이 이런데도 앞으로 표절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약속은 왜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부산발전연구원은 표절 논란의 경위를 파악해 책임 소재를 가리고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게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