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을 눈물짓게 하는 가맹점 갑질은 우리 사회에서 잊을 만하면 터지는 단골 메뉴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방지 의지를 밝혔지만 가맹점 갑질이 줄어들기는커녕 증가세다. 그간의 처방이 땜질식으로 효과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7월 ‘가맹 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을 발표한 것도 더는 이를 방치해선 안 되겠다는 새 정부의 강한 의지로 읽힌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그동안 공정위가 가맹점주의 고통을 방치했다”고 반성한 바 있다.

이런 갑질 근절을 위해 민관합동으로 구성된 ‘법 집행 체계 개선 태스크포스’가 내놓은 두 가지 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한다. 가맹법과 관련한 조사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대폭 이양하는 것과 일부만 분담하는 방안에 대해 가맹점주와 프랜차이즈 본사 등 재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가맹점주들은 신속한 조사 등을 위해 지자체에 권한을 대폭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재계는 소송 남발 등으로 업계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며 양측이 대립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태스크포스가 두 가지 안을 내놓은 것 자체가 가맹점 갑질 근절 의지를 의심케 한다. 우선 지자체에 6개 항목의 조사 권한만 넘기겠다는 안으로는 갑질이 뿌리뽑힐 수 있을지 의문이다. 6개 항목 행위가 위법이긴 하지만 그간 논란이 됐던 불공정 행위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맹점주들의 큰 불만 중 하나는 갑질 피해를 신고해도 신속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부산만 해도 가맹점이 1만2000여 곳에 달하는데 부산 울산 경남을 담당하는 공정위 부산사무소 인원이 21명뿐이니 그 불만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갑질에 대한 신속한 조사와 대응이다. 그렇다면 공정위가 틀어쥐고 있는 조사 권한을 지자체에 대폭 이양하는 게 마땅하다. 이는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른다는 지적을 받아온 공정위 개혁은 물론 지방자치 정신에도 부합한다. 어쨌든 두 가지 안에 대한 선택권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가맹점주 등 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데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이해관계를 떠난 정치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