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그제 전체회의를 열고 홍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다룰 예정이었다. 하지만 홍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정족수조차 채우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자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공을 들였으나 허사였다. 전·현직 의원에게 호의적인 ‘청문회 불패’라는 관례도 홍 후보자에겐 적용되지 않았다.

시민단체·교수·국회의원 활동을 통해 부의 세습에 반대하고 을의 권리를 주장하던 홍 후보자가 야당으로부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결정판’이란 지적을 받는 이유는 그 자신에게 있다. 장모의 쪼개기 증여, 아내와 딸 사이의 금전소비대차계약서 등이 그 예다. 게다가 그는 비명문대 출신으로 성공한 사람을 두고 세계의 천재와 경쟁할 근본적인 소양이 없다고 했다. 청문회를 거치며 홍 후보자는 말과 행동의 엄중함을 그 누구보다 절감했을 듯하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홍 후보자 감싸기로 일관했으니 딱하다. 어제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했다’며 야당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더 딱한 건 5개월째 수장이 공석인 중소벤처기업부다. 꿈을 향해 노력하는 중소벤처기업인을 격려하고 이들에게 기회의 장을 열어주겠다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취지가 무색해질 지경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다. 특히 홍 후보자의 증여 문제를 두고 ‘절세 방법’이라고 두둔하는 청와대를 빼놓을 수 없다. ‘캠코더(캠프·코드·더민주) 인사’라는 따가운 지적 속에 한 차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를 겪은 청와대 인사라인에 대한 비판을 자초할 뿐이다.

문 대통령의 선택지가 그리 넓어 보이지 않는다. 내년 예산안이나 주요 민생·개혁 법안 처리 등을 고려할 때 임명 강행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을 귓등으로 흘려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