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국가나 사회에도 세대갈등은 존재하고 있다. 세대갈등은 서로 다른 시대에 태어나 살면서 또래 집단끼리 자연스레 형성된 이데올로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부모와 자녀, 어른과 젊은이 사이에 형성된 개념과 인식, 행동 양식의 차이가 대표적이다. 세대갈등은 자본가와 노동자,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계층갈등과는 본질이 다르다. 하지만 세대갈등의 원인을 따져보면 불확실한 미래의 경제적 성취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지독한 세대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헬조선’이나 ‘금수저와 흙수저’ 같은 말은 우리나라의 세대갈등이 얼마나 심화되어 있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다수의 ‘신세대’가 가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불만과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이런 단어를 탄생시켰을 것이다. 과거에도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현실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해 걱정을 했지만, 이런 용어를 만들어 내거나 사용하진 않았다. 영국에서는 산업혁명 이후 빈부의 격차가 극에 달했을 때 현실을 비꼬는 말로 ‘실버스푼(은수저)’라는 말이 생겨났다.

사회학자들은 우리나라의 세대를 크게 ‘건국세대’와 ‘민주화세대’ 그리고 ‘신세대’로 분류한다. ‘건국세대’는 해방 이후 나라를 세우고 척박한 민족자본을 딛고 경제적 고도성장을 일궈낸 주역들이다. ‘민주화 세대’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얻어내기 위해 학교와 거리에서 치열하게 고뇌한 세대다. ‘신세대’는 1980년대 이후 태어나 사회의 중추세력으로 커가고 있는 청년세대이다.

이들 세대는 저마다 강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 ‘건국세대’는 해방 이후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6·25전쟁과 가난을 극복하면서 나라를 반석에 올렸다는 강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자신들의 피와 땀으로 국가의 번영을 이루었고, 지금의 세대들은 과실을 누리고 있다는 믿음이 확고하다. 7080세대로 불리는 ‘민주화 세대’는 독재와 군사정권에 맞서 이 땅에 민주주의를 뿌리내린 주인공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국민의 행복권과 정치적 민주주의를 일궈낸 것은 그들의 자산이라고 믿는다. 그 때문에 ‘건국세대’와 ‘민주화 세대’는 대한민국 주식회사에서 절대적인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래서 ‘건국세대’와 ‘민주화 세대’는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국가의 대표권을 놓고 끝없이 충돌하는지 모른다.

문제는 ‘신세대’다. 그들은 아직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경제적 성공에도, 민주화에도, 사회변화에도 기여하지 못했다. ‘신세대’가 가진 이데올로기의 혼란은 이런 역사적 소외감에서 출발한다. 완고한 ‘건국세대’와 자기주장이 드센 ‘민주화 세대’의 틈 사이에 낀 ‘신세대’는 자신들의 주장을 펴지도, 스스로의 좌표도 설정하지도 못한 채 방황하는 모습이다. ‘헬조선’이나 ‘흙수저’는 ‘신세대’가 처한 현실의 벽에 대한 자괴감에서 출발한 표현인지 모른다.

하지만 좋건 싫건 대한민국의 미래는 이들 ‘신세대’의 어깨 위에 놓여 있다. 시간은 흐를 것이고, 역사의 수레바퀴는 끝없이 돌아간다. 해방 이후 80년을 이끌어온 ‘건국세대’와 ‘민주화 세대’는 언젠가 퇴장할 수밖에 없고, 그들의 고집스러운 완고함도 종언을 고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이데올로기를 양분하고 있는 ‘보수’도, ‘진보’도 역사의 유물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필연적으로 ‘신세대’가 선택하는 이데올로기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 그런 역사적 사명을 가진 ‘신세대’의 방황은, 그래서 더 우려스럽다.

지금 ‘건국세대’와 ‘민주화 세대’가 할 일은 분명하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신세대’에게 길을 열어주고, 그들에게 희망의 싹을 움트게 하는 작업이다. ‘신세대’를 자신들의 노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밝은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신세대’가 추구하는 삶은 분명 ‘건국세대’나 ‘민주화 세대’가 가졌던 것과는 다르다. 역사의 잔재로 남겨질 반세기 이전의 이데올로기를 ‘신세대’에게 주입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시대착오일 것이다. 국가와 사회 전체가 세대갈등을 극복하고, 점점 소외되어 가고 있는 ‘신세대’의 미래를 위한 총체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다. 1990년대 초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몰아친 청년들의 벤처 열풍이 현재 미국 경제를 주도하면서 이끌어가고 있는 중추세력이라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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