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을 처음 진단받은 사람들에게서 주로 듣는 질문은 “약을 먹어야 하는지”와 “약을 먹는다면 끊을 수 있는지”이다. 이러한 질문들 속에는 당뇨병이 쉽사리 없어지는 병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완치에 대한 기대심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사회적인 낙인효과가 아직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 수는 약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약 3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진단받고도 약을 먹지 않거나, 진단되지 않은 당뇨병 환자 수까지 추산하여 유병률을 산출한다면 13.7%로 나오게 된다. 30세 이상 우리나라 국민 7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인 셈이다. 조사에 따르면 당뇨병 전 단계에 해당하는 공복혈당장애 유병률은 24.8%로, 30세 이상 성인 4명 중 1명이 당뇨병 발생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고혈압 유병률은 25.5% (2014년도 기준), 고콜레스테롤혈증도 14.6%로 만성질환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대표적인 만성질환 외에도 우리나라 사망률 1위인 암도 만성질환이며, 감염성 질환인 B형과 C형 간염 및 에이즈도 치료제의 개발에 따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분류할 수 있다. 얼마 전 부산 에이즈 감염자 성매매 사실이 알려지면서 에이즈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 1위를 차지할 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관련 보도들에서 에이즈라는 만성질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기사는 찾기 어려웠다.

이러한 만성질환은 급성 감염성 질환이나 외상, 그리고 당장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급성질환과는 전혀 다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만성질환은 의료진만의 노력으로는 치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급성질환과 차별성을 갖는다. 즉, 완치라는 개념보다는 환자 자신도 평생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지 및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지속적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사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당뇨병,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인지율과 치료율은 높아졌으나, 목표 수치 아래로 조절하고 유지하는 조절률은 여전히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중간에 투약을 중단하여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투약은 하더라도 흡연 음주 영양 운동 등과 같은 건강생활실천을 제대로 꾸준하지 않아서 결국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이미 전체 사망의 81%를 차지하고 있고, 급성기 질환에 대한 치료기술의 발달과 노인 인구의 증가로 만성질환 수요의 비중은 계속해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시점에서 만성질환 관리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일은 매우 시급해 보인다. 하지만 의료기관 중심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환자들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만성질환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 기회 확충과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데 책임이 있는 보건의료 관계자와 언론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으로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가 높아진다면 전 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만성질환 관리 체계의 확립이 앞당겨질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나라 의과대학들은 우리 사회의 건강 요구에 부합하는 미래의 ‘좋은 의사(good doctor)’ 양성을 사명으로 하고 있다. 좋은 의사를 우리 사회에 많이 배출하여 만성질환에게서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올바른 사회적 요구가 있어야 하겠다.

해운대백병원 내분비대사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