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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또 다른 반칙과 특권, 낙하산

강원랜드 등 공공기관, 만연한 채용비리 충격

새 정부 근절 밝혔지만 낙하산 고리 못 끊으면 적폐 청산은 헛구호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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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과 꿀이 흐르는 땅’ ‘낙하산 부대’ ‘권력의 곳간’ ‘마이너스의 손’. 폐광지역 개발과 지역 주민 생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강원랜드의 요지경 실태를 빗댄 말들이다. 사장과 임원 자리를 노리는 ‘정피아’나 ‘관피아’등 낙하산 부대에게 그곳은 신이 약속한 땅과 다름없었다. 그렇게 권력의 곳간을 차지한 이들은 강원랜드를 유린했다. 카지노 운영으로 엄청난 영업이익을 내고도 이곳저곳 손 댄 투자의 대부분에서 적자를 봤다. 권력과 공기업의 유착이 어느 정도까지 막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이만한 게 없지 싶다.

강원랜드의 활약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 ‘채용 비리 백화점’이라는 새로운 명성을 얻었기 때문이다. 우선 그 규모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12~2013년 채용된 신입사원 518명 중 95%인 493명이 정치인과 지역 유력인사 등의 부정청탁 대상자였다. 사실상 청탁 없인 합격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청탁자의 면면도 화려하다. 당시 사장은 물론 국회의원, 지방의원, 중앙부처 공무원, 언론인, 교육계 인사 등 온갖 연줄이 작용했다. 전체 5286명 지원자 중 이런 연줄조차 하나 없는 나머지는 헛심만 쓴 셈이다.

우리 사회에서 채용 비리 등 ‘수저 계급론’은 폭발성이 크다. ‘돈도 실력’이라던 정유라의 SNS 글이 최순실 게이트에 기름을 끼얹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빽도 실력’임을 여전히 실감케 한 비리가 강원랜드에서 확인됐으니 또다시 국민 분노에 불을 지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이뿐이 아니었다. 최근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 등에서 또 다른 채용 비리가 우르르 쏟아졌다. 각종 공공기관에다 금융감독원도 모자라 민간기업인 우리은행까지 채용 비리가 만연한 사실이 드러났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면서 정부 부처는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을 떨고 있다. 공공부문 1000여 곳에 지난 5년간 채용 비리가 있었는지 대대적인 전수조사에 나서고 연루자는 중징계하겠다는 대책을 서둘러 내놨다. 당연한 조치이기는 하나 과연 언제까지 약발이 유지될지는 글쎄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의 상징”인 공공기관 채용 비리가 단칼에 해결될 사안이 아닌 탓이다. 무엇보다 조사와 함께 대책을 세우겠다는 정부 부처 일부는 산하 공공기관 채용 비리와 무관치 않다. 적당히 액션을 취하는 듯하다가 유야무야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벌써부터 또 다른 반칙과 특권의 상징인 공공기관 낙하산 행태가 사라지지 않고서야 채용 비리 근절은 어렵다는 말들이 나온다. 부정하게 자리를 꿰차고 앉은 낙하산 인사가 외부의 채용 청탁을 단호하게 거절하기란 힘든 일이다. 오히려 자리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못할까. 공공기관 낙하산과 채용 비리는 반칙과 특권이라는 고리로 이처럼 끈끈하게 연결돼 있는 것이다. 역대 정부마다 정권 초기 공기업 등 공공기관 개혁을 외쳤지만 결과는 도돌이표였음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8명의 사장을 거친 강원랜드의 사례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현 사장을 제외한 역대 사장 7명 중 2명만 3년 임기를 채웠다. 그나마 임기를 제대로 마친 사장 중 1명은 재직 중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퇴임 뒤 구속됐다. 함바식당 운영권 알선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가 구속된 사장도 있었다. 이번 채용 비리가 불거진 시절의 사장은 강원도지사 출마를 위해 임기를 6개월 남긴 채 퇴임했다. 검사 출신인 현 사장은 친박 인사로 박근혜 정권 초기 선임될 당시 낙하산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다. 새 사장 선임 때마다 낙하산이 내려앉은 결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채용 비리로 남았다.

이제 공공기관 채용 비리와 전쟁을 선포한 문 대통령이 또 다른 한 축인 낙하산 행태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마당에 공교로운 일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7월 부국장급 이상 당직자 등에게 공공기관이나 정부 산하기관으로 갈 의향이 있는지 묻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보도가 불거진 것이다. 민주당은 인사 교류 차원에서 정부 부처 파견 희망자를 파악한 적이 있을 뿐이라고 부인했지만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는 사안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대적인 공공기관장과 임원의 물갈이가 예고돼 있다. 적폐 청산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마당이니 이들 기관의 인사는 새 정부의 낙하산 근절 의지를 보여주는 시험대인 셈이다. 반칙과 특권의 고리를 과감히 끊을 것인지, 또다시 과거처럼 논공행상 잔치로 끝날 것인지는 두고볼 일이다. 1년 전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섰던 국민의 명령이 반칙과 특권이 없는 나라였음을 한시라도 잊는다면 강원랜드와 같은 썩어빠진 적폐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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