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 공공기관 및 공기업을 포함한 전체 공공기관의 채용비리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정부는 지난 27일 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열고 채용비리 조사 대상과 방법, 무관용 원칙 등을 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엄단하라’고 지시한 지 나흘 만에 나온 조치다. 정부는 과거 5년간의 내용을 살펴 비리 연루자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중징계하고, 청탁자는 실명과 신분을 공개하며, 부정 채용 당사자는 퇴출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런 조치는 최근 여러 공공기관에서 잇따라 불거진 채용·인사 비리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채용비리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기관만 해도 강원랜드 등 10곳이 넘는다.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말 그대로 범죄행위다. 최악의 청년실업에 짓눌리면서도 취업 준비에 열중하는 구직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큰 허탈감을 안겨주는 배신행위이기도 하다. 공정사회와 공정경쟁을 추구하는 현 정부로서는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적폐’로 규정하는 분위기다.

이런 절박함 속에서 정부는 조사 대상 기관을 크게 확대했다. 당초 예상됐던 중앙 공공기관 330곳 외에 지방 공기업·공공기관, 공직 유관기관 등을 합쳐 모두 1100여 곳이나 된다. 특별히 지방 공기업 및 공공기관들에 눈길이 간다. 그 이유는 국회의원 등 지역 유력자의 입김이 더 세게 작용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강원도 정선 소재 강원랜드의 부정 채용 사례가 이런 현실을 대변한다. 반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지역 청년들의 취업난은 더 심각하다.

따라서 지방 공공기관 채용비리야말로 발본색원해야 할 과제이다. 지역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고위 공직자 등이 개입한 권력형 채용비리가 적발된다면 일벌백계는 물론이고 출마 제한까지 포함한 철저한 배제 원칙을 적용해야 함은 당연하다. 아울러 차제에 정부가 도입하려는 공공기관 지역 인재 30% 이상 채용제, 블라인드 심사제 등을 지역 공공기관부터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백 없는’ 지역 청년과 그 부모의 박탈감을 덜고 희망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