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 은덕군(옛 경흥군) 아오지읍은 우리에게 비교적 널리 알려진 곳이다. 딱히 경관이 뛰어나거나 큰 역사적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라 ‘아오지탄광’이 유명해서다.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 중반 이곳에 매장된 갈탄을 원료로 해 인조석유를 만드는 공장이 세워지면서 활황을 누리기 시작했다.

아오지탄광은 북한이 체제에 반대한 사람들을 모아 중노동을 시켰던 곳으로도 악명이 높다. 일반 범죄자들은 물론이고 국군 포로나 월남자 가족들도 이곳으로 보내져 지옥같은 삶을 살았다. 그래서 한때 북한에서는 ‘아오지탄광에 끌려간다’는 게 가장 무서운 말이었다고 한다.

북한에는 아오지탄광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노동교화소도 많다. 이곳에는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어울리지 않게 시장에서 너무 많은 돈을 버는 등 일종의 괘씸죄로 여겨지는 ‘심각한 경제범죄’를 저질렀거나 탈북을 시도한 사람들이 주로 수용된다. 미국의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노동교화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고문과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고된 노동과 위생상태 불량, 충분하지 않는 식량 배급에 따른 영양실조 등으로 인해 구금 중 사망하는 수용자도 적지 않았다.

그동안 북한은 정치범수용소와 함께 노동교화소의 존재 자체를 철저하게 부인해왔다. 그러나 인권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강화되자 2014년 유엔 인권설명회에서 북한 외무성 간부는 “정치범수용소는 없고 노동교화소는 있다”는 발언을 했다. 이어 노동교화소는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인권유린이 자행되는 장소가 아니라 “자기 잘못을 되돌아보고 정신이 향상될 수 있도록 하는 곳”이라는 그럴싸한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HRNK의 이번 자료에서 보듯 노동교화소에 대한 북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지금 남북관계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인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이 됐다. 모든 관심이 한반도에서의 무력 충돌 가능성 등에 쏠리면서 북한에서의 인권침해 사례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그렇지만 그레그 스칼라튜 HRNK 사무총장의 말처럼 “수용소 체제에 갇힌 북한 주민의 운명이 국제사회의 최우선 과제로 남아 있다는 사실”도 분명히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북한이 스스로 태도를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