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13 지방선거를 7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부산시장 후보군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수많은 후보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급기야 ‘친노·친문’의 핵심 인사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산시장 선거 등판론’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민주당 시당 내에서는 부산시장 후보 ‘8룡(八龍)’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최인호 부산시당 위원장, 박재호 국회의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노기태 강서구청장, 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이 전 수석이 그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3철(전해철·양정철·이호철)’ 중 한 명인 이 전 수석의 등판론으로 지역 정가는 술렁거리고 있다. 3철은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만 해도 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지 않겠다면 백의종군을 선언했지만, 최근 지방선거 출마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평소 “선출직 출마는 하지 않겠다”며 대중정치와는 거리를 뒀던 이 전 수석이 뜬금 없이 민주당의 부산시장 후보로 부상한 데 대해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이 전 수석은 시장 출마설에 대해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지역 정가는 이 전 수석의 등판론에 대해 민주당에 ‘확실한 카드’가 없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후보가 하마평에 오르내렸지만,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는 노 강서구청장과 박 의원 정도다. 결국 느슨한 후보 공백 사태가 이 전 수석을 정치판으로 불러냈다는 것이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내 시장 후보군의 활동과 방향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호철이라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통해 시장 선거의 동향을 떠보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친노·친문의 ‘순혈주의’가 발현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내 비문(비문재인) 계열인 김 장관과 박 의원은 물론 유력 주자인 오 전 장관에 대한 친문 진영의 ‘견제구’라는 논리다. 동시에 원조 친노·친문의 핵심 실세인 이 전 수석을 띄움으로써 ‘난립한’ 후보군을 정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제2의 문재인’을 꿈꾸는 친노·친문 세력의 로망도 이 전 수석을 현실 정치로 불러낸 요인으로 꼽힌다. 정치에 관심이 없던 문재인 대통령이 친노 세력의 끊임 없는 요청으로 정계에 입문해 결국 대권을 잡은 그림을 이 전 수석에게 그대로 투사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수석 측의 한 인사는 “이 전 수석이 후보가 될 경우, 다른 후보에 비해 지지 세력의 결집이 강력하게 이뤄지는 것은 물론 확장성에서도 타 후보보다 월등할 것”이라며 “이 전 수석의 등판론이 나오면서 평소 정치에 거리를 뒀던 지역의 좋은 인사들까지 출마를 검토하는 등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중 정치인이 아닌 이 전 수석에 대한 지역의 인지도와 시장 후보가 지녀야 할 경쟁력에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전 수석 측의 또 다른 인사는 “참여정부의 민정수석과 국정상황실장 경력을 가져 시정을 이끌어가는 데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정치부 차장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