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막내, 독도! 우리는 왜 독도를 국토의 막내라고 부를까. 해저 화산의 분출물이 쌓여 만들어진 화산섬 독도는 약 460만 년 전에 만들어졌다 하니 탄생 시점을 기준으로 본다면 결코 막내일 수 없을 터. 아마도 늦둥이 막내를 안쓰럽게 쳐다보는 부모의 마음처럼, 일본의 터무니없는 영유권 주장으로 인해 고통받는 국토의 작은 섬 독도를 국민은 늘 가련한 마음으로 어루만지기 때문 아닐까? 물론, 1970년에 도입한 우리나라 우편번호 제도에서 독립번호를 부여받지 못하다가 2003년에야 비로소 799-805(개편된 5자리 번호로는 40240)라는 우편번호를 부여받았다는 사실은 독도를 막내라고 부르는 행정적 이유가 될 것이다.

모르긴 해도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 중 가장 많은 노래의 가사로 등장하리라 생각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리”로 시작하는 아주 흥겨운 멜로디의 ‘독도는 우리 땅’이다. 이 노래는 필자가 대학생 때 유행했다. 또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로 시작하며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타령조 ‘홀로 아리랑’은 1990년에 발표된 이래 지금도 중장년층의 입을 통해 간간이 들을 수 있다. 부르는 사람이 누구든 독도를 주제로 한 노래가 나올 때의 울컥하는 마음은 적어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르지 않으리라.

기록에 의하면 고종황제는 1900년 10월 25일 대한제국 칙령 제41호에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 명시함으로써 독도에 대한 기록 중 가장 근대적인 시기에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공고히 했고, 이날을 기념하고 일본의 야욕으로부터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전 세계에 천명하기 위하여 10월 25일을 ‘독도의 날’로 지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독도의 날’이 국가지정 기념일이 아니라고 한다. 민간단체인 독도수호대가 2000년에 ‘독도의 날’을 지정했고, 2005년부터 국가기념일로 지정받기 위해 서명운동을 벌였으며, 2008년에 ‘독도의 날’ 제정을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끝내 국가기념일로는 지정되지 못했다. 이후 2010년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라는 민간단체가 ‘독도의 날’을 선포한 것으로 되어 있다.

왜 ‘독도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팽팽한 의견 충돌 때문으로 생각한다. 국가기념일 지정 반대 측은 독도는 당연히 우리 땅인데 일본의 도발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기념일로 지정한다면 오히려 일본의 술수에 말려들어 독도 문제가 국제적 분쟁 이슈로 부각될 것이므로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얘기한다. 일본이 떠들든지 말든지 이미 우리 영토이고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니 그냥 조용히 있는 게 상책이라는 거다. 찬성 측은 이미 민간단체에서 ‘독도의 날’을 지정했고 일본이 독도에 대한 야욕을 멈추지 않는다면 차라리 국가가 나서서 기념일로 지정함으로써 일본에 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사실 외교 분쟁 조정에 대해 문외한인 필자와 같은 평범한 시민은 외국과의 외교적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유리한지 잘 모른다. 그러나 국가가 나서서 기념일로 지정하는 것이 오히려 분쟁에 휘말리는 일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녀가 여러 명 있는데 그중 유난히 약하고 마음을 쓰게 하는 자녀가 있다면 그 자녀 하나만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게 부모 마음 아닐까. 필자는 ‘독도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다른 이유 말고, 본토와 일본과의 사이에서 동해를 외롭게 지키고 있는 막내 독도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보수든 진보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일단 서로 반대하고 보자는 식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면서도 독도 문제에 대해서만큼 상당한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그것이 ‘독도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지 않는 쪽으로의 소극적 행태로 나타나는 것은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시간은 흘러 세상이 변했으니 이쯤에서 ‘독도의 날’ 국가기념일 지정에 대한 의견 수렴을 다시 시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럼에도 전문가와 많은 국민이 곤란하다고 여긴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1900년 10월 25일 이후 117번째 생일인 독도의 날 아침, 큰 사랑을 담아 국토의 막내 독도를 한번 불러본다.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

부산가톨릭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