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긴 투병 끝에 친구의 부친이 돌아가셔서 상가를 찾아 조문했다. 이런저런 위로의 말들이 오고 간 끝에 친구는 자신이 죽으면 하나 있는 자식에 부담 주기 싫어 화장 후 굳이 자녀가 찾아올 곳도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순간 현재의 장례문화는 언제까지 지탱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측면에서 지속가능의 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학적인 위기이다.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에 의하면 반만년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가 향후 700년 내 지구촌에서 최초로 완전히 소멸할 첫 번째가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구의 감소는 앞으로 30년 이내에 시·군·구의 37%를 소멸시키고 다수 지역이 인구절벽에 봉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중·저성장시대 진입에 따른 경제적인 도전과 고용의 위기도 심각해질 것이다. 자살률은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 최고 수준이고 행복지수도 세계 58위로 우리 사회의 공동체 존속능력이 크게 균열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UN은 2015년 9월 25일 총회에서 이행 기간이 종료된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대체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향후 2030년까지 세계발전과 번영을 위해 모든 국가가 함께 추구해야 할 국제규범으로 채택하였다. 세계 각국은 이를 이행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고 국가뿐 아니라 도시들도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등을 통해 해당 사회의 특성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사업을 개발하며 성과지표를 구체화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속가능한(sustainable)’이라는 용어는 1972년 로마클럽 보고서인 ‘성장의 한계’에서 시작되었고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 보고서인 ‘우리 공동의 미래’에서 미래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발전’으로 구체화되었다.
1992년 리우선언에서는 유명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이 제시되었고 현재 지속가능발전이란 ‘지속가능성에 기초하여 경제의 성장, 사회의 안정과 통합, 그리고 환경의 보전이 균형을 이루면서 발전해가는 것’을 의미한다. 즉 경제, 사회, 환경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UN은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5가지 P로 시작되는 사람(People), 지구(Planet), 번영(Prosperity), 평화(Peace), 파트너십(Partnership)의 행동영역을 설정하고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각 행동영역에서 실천할 총 17개 목표, 169개 하위목표, 230개 실행지표를 채택하였다.
UN이 2015년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는 과거 새천년발전목표에 비해 훨씬 포괄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고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가를 넘어서 모든 국가가 실천대상 국가에 포함되며 각계각층의 다원적 협력체제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훨씬 진일보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세계 각국은 UN의 이러한 목표에 맞추어 국가 정상 산하에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구성되어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런던, 뉴욕, 워싱턴DC 등 상당수 도시뿐 아니라 심지어 동네공동체조차도 지속가능발전계획 수립이 되어 관련 사업이 지역 내 여러 주체의 광범위한 협력하에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원래의 대통령자문기구에서 환경부 장관 소속으로 격하되었으며 작년 초에 수립된 제3차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은 사회적 관심을 이끌지 못한 채 부처가 관리하는 계획 정도에 머물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국정계획에서는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고 관련 국가목표와 비전, 이행전략을 수립하겠다고 했으나 중요도와 비교하면 아직은 진행속도가 느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서울, 광주, 충남 등 광역지자체와 인천 부평구 및 남구, 서울 도봉구와 강동구 같은 기초지자체에서 관련 조례와 위원회 구성, 계획 수립 등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고 있으나 부산에서는 아직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의 개념조차 정책에서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도시 중에선 부산이 지속가능의 위기 징후가 높은 데 비해 이를 위한 노력은 훨씬 미진한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단지 미래 세대에 부담을 주지 않는 정도로도 부족하다. 미래세대가 더 발전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추진력을 제공하는 총체적 사회역량을 길러야 할 때다.
신라대 교수·기획부총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