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웃이 기르던 개에게 물려 서울의 한 유명 음식점 주인이 엿새 만에 패혈증으로 숨진 사건은 올바른 반려견 문화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개의 공격이 피해자의 직접 사망 원인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좀 더 조사가 진행돼 봐야 알 일이다. 하지만 열린 현관문을 통해 집을 빠져나온 개에게는 목줄이 없었고 입마개도 채워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견주에게 관리부실의 책임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관련한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 윤재옥 의원 자료에 따르면 개에 물리는 등의 사고로 병원으로 옮겨진 환자는 2014년 1889건에서 지난해 2111건으로 늘어났다. 부산 영도구에서도 지난 8월 70대 노인이 목줄이 끊어진 대형견에게 물려 발목과 무릎 등에 상처를 입은 바 있다. 지난 1월에는 기장역사에 세퍼트가 뛰어 들어오는 바람에 일부 승객이 다치기도 했다.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한 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공공장소에 반려견을 데리고 나올 때는 반드시 목줄을 매도록 하고 있다. 또 맹견일 경우에는 입마개 부착을 의무화했다. 이를 어기면 최고 50만 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법 규정도 애매할 뿐더러 지자체에서도 민원 발생과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적극성을 띠지 않아 실제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한편에서는 법 위반 견주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이고 과태료도 올리는 식으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개가 사람을 해치면 견주를 징역형에 처하는 등 우리나라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법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은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타인에 대한 배려’다. 반려견이 자신들에게는 귀여운 동물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