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중앙차로제(BRT)는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다. 교통지옥으로 명성(?)이 높은 부산에선 특히 그렇다.

올해 본격화한 부산 BRT 사업의 효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부산참여연대는 해운대구 운촌삼거리~동래구 안락교차로(6.7㎞)의 교통수단(시내버스·택시·승용차)별 운행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택시(20분) 시내버스(21분) 승용차(24분) 순으로 나타났다. 시내버스가 승용차보다 3분 정도 빠르다는 것이다. 앞으로 부산 전역에 BRT가 설치되면 이러한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BRT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했다. BRT의 도로포장 문제가 대표적이다. 부산시는 예산 절감을 이유로 운촌삼거리~내성교차로 구간의 도로포장 두께를 5㎝로 시공해 도로가 뒤틀리는 ‘소성 변형’현상을 자초했다. 소성 변형이 일어난 도로는 크고 작은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서울시는 이미 이러한 내용을 알고 2010년부터 두께 10㎝ 이상으로 포장하는데도 말이다. 국토교통부도 BRT 공사를 진행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소성 변형에 대비하라는 내용을 지침에 명시했지만 부산시는 ‘예산 절감’을 이유로 서울시 사례나 국토부 지침을 외면했다.

그동안 BRT 사업은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해운대구 주민들은 여론 수렴도 없이 BRT를 강행한다고 반발했다. 지난 4월 해운대신시가지아파트연합회는 BRT로 교통체증이 우려되는 만큼 우회도로 확보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BRT가 조성되면서 횡단보도 거리가 짧아져 무단횡단이 늘어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해운대구 중동지하차도~송정휴먼시아 BRT는 현재 잠정 보류 상태다.

급기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병수 부산시장이 공사를 서두르다 보니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시민단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BRT가 연상된다고 주장한다. 인기를 위해 허겁지겁 BRT를 도입한 MB의 모습이 부산 BRT에서 데자뷔처럼 떠오른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에는 서면을 관통하는 중앙대로BRT 사업이 예정돼 있다. 민원이 빗발칠 게 불을 보듯 뻔한데 시 대책이 무언지 궁금하다.

부산의 BRT는 제대로 완성되어야 한다. 비오는 날 버스에서 힘겹게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서민을 위해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잇따라 드러난 BRT의 허점은 불신의 씨앗을 심었다. 서 시장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사회1부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