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다대포해수욕장에 전시된 부산비엔날레 2017바다미술제 출품작에 불이 나 소실된 사건은 부산비엔날레의 파행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다. 운영 비리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급기야 전시 작품까지 소실됐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가장 소중히 다뤄야 할 작품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정도라면 전시회의 존재 의의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고서도 국제 행사라는 명함을 내밀 수 있을지 의구심이 인다. 30년 역사의 바다미술제가 중대 위기에 직면했다.

방화 가능성도 있다니 주최 측의 관리 부실이 더 두드러진다. 물론 전시회 장소가 야외여서 작품 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행사 개막 전 부산이 태풍의 간접영향권에 들었을 때 주최 측이 밤새 작품을 지켰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하지만 수려한 경관과 관람객이 드나들기 좋은 해수욕장이라는 특수성이 이곳을 전시회 장소로 선택한 이유인 까닭에 이는 변명거리가 될 수 없다. 행사 기간 동안 현장에 CCTV를 설치하기가 곤란하다면 관리인을 상주시켜 놓고 24시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게 당연하다. 이런 기본요건도 갖춰놓지 않고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유치했다니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의 얼굴이 붉어질 지경이다. 국내외 작가들이 주최 측의 이 같은 관리 부실 실태를 알게 되면 작품을 출품하려 하겠는가.

앞서 부산비엔날레는 조직위원회 핵심 간부가 작가에게 지급된 유지보수비를 빼돌리고, 임의로 작품 기증자에게 1억 원을 재료비 명목으로 준 의혹이 제기돼 경찰 수사에 이어 부산시의 회계감사까지 받고 있는 마당이다. 출품작에 주어지는 평균 비용인 700만 원의 14배를 웃도는 거액을 지출하면서도 임원회나 총회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는 등 조직 운영 부실이 심각하다.

시는 감사 범위를 조직위 운영 전반과 바다미술제 행사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총체적인 문제점 규명과 함께 대책을 시민들에게 제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