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의 노래 제목이다. 가사는 이렇게 이어진다. ‘내 전부를 걸어보고 싶은 그런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딱 집어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괴테의 ‘파우스트’가 60년간 목숨 걸고 알고자 했던 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가’ 였는데!

자기 아이가 ‘꿈도 없고 하고싶어 하는 것도 없다’고 투덜대는 분에게 물었다. “어머니가 좋아하고 잘하는 게 뭐지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한마디 덧붙인다. “오십이 다 되어가는 어머니도 모르는 것을 아이는 어떻게 알지요? 많은 부모가 “우리 아이는 꿈이 없어요”라는 말을 달고 다닌다. 왜 꿈이 없단 말인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른다는 말이지. 우리의 꿈은 ‘행복’해지는 것이다. 행복은 재미있게 사는 것이고 재미있게 산다는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즐기는 것이다.

우리는 꿈과 버킷리스트를 착각한다. 버킷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이며 꿈을 이루기 위한 도구이다. 너의 꿈이 무어냐고 물으면 대개 직업을 얘기한다. 직업은 꿈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즉 버킷리스트이다.나에게는 18가지의 버킷리스트가 있다. 그중에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로 유명한 러시아의 국민시인 푸시킨의 고향에 가보는 것, ‘호텔캘리포니아’의 기타 애드립을 이글스만큼 완벽하게 연주하고, 매년 300통 이상의 편지를 쓰는 것, 1000권의 책을 읽고, 강의를 통해서 청중들을 졸도시키는 것 등이 있다. 10가지는 이루었고 8가지는 진행 중이다.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많이 해보아야 한다. 사과와 배만 먹어본 사람이 과일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이 사과라고 했을 때 그것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포도와 참외와 수박을 먹어 본다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과일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은 거의 다 해본 것 같다. 꼭,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발견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그냥 해보고 싶어서였다. 수석을 모으면서 분재와 난을 키우고, 밴드 활동은 물론 전자회로에도 푹 빠졌고, 사진을 찍고 서예도 했다. 그런데 내가 살아오면서 도저히 안 되는 게 몇 가지 있다. 고스톱과 당구, 그리고 테니스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해봤지만 허사였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에는 그룹사운드에서 리드기타를 맡아 활동을 하면서 음악을 계속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 당시 남포동의 어느 주점에서 공연을 하던 조용필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얘기를 나누면서 그의 눈빛을 봤다. 달랐다. 음악 아니면 안 된다는 비장함이 눈에 서려 있었다. 더구나 노래 한 곡 연습을 천 번 이상 한다는 것이었다. 보통, 가수들이 400번 내지 500번 정도 하는 것으로 들었는데, 천 번이라니, 그것은 미쳐야 할 수 있는 연습량이다. 그 당시 우리 팀만 하더라도 개인 연습을 합쳐 겨우 백 번도 될까 말까 한 정도였다. 나는 천 번을 연습할 수 있는 열정이 없었고 그것은 음악에 미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음악에의 길을 포기하기로 했다. 나는 부모들에게 꼭 얘기하고 싶다. ‘진실로 마음에서 우러나 하고 싶은 것이라면, 결과에 상관없이 하고 싶은 것이라면, 꼭 도전을 해봐야 한다’고. 경험은 자기가 돌파할 현장을 만드는 연습이다. 단순선호인지는 해봐야 판단할 수 있고, 재미없으면 그만두면 된다. 해보고 싶었는데 못 하면 미련으로 남는다. 미련은 앞으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

나는 50대 초반이 되어서야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강의였다. 강의를 하면 몰입이 되고 희열을 느낀다. 나의 생명력을 쓸 수 있는 곳에서 청중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자기가 주도할 현장이 있는 삶은 참 신난다.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은 그게 바로 재미고 행복이고 창의적인 삶이다.

결국 가을이다. 이대로 살 것인가? 지금 뭔가를 시도해 보자. 그러다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발견할 수 있을지 아는가! 셰익스피어는 말한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이대로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로다’.

부산영재교육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