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부설 극지연구소가 극지 관련 업무를 사실상 독점하도록 하는 내용의 특혜성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고 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가 이 같은 내용의 ‘극지활동진흥법’을 최근 처리해 조만간 법제사법위원회에 넘길 예정이라는 것이다. 말인즉슨 극지활동 진흥이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실질적으로는 극지연구소에 관련 사업을 몰아주는 법안인 셈이다.
극지연구소가 KIOST의 부설 연구소인 바에야 별도의 법을 만드는 것은 과잉입법에 해당된다. 극지 연구를 활성화하려면 정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부설 연구소와 관련한 법안을 만드는 것은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유사 연구기관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관련 기관 간의 업무 중복 논란까지 야기하고 있는 상태다. 극지 전문인력 양성이나 통합정보시스템 운영은 이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수행하고 있어 의도를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이런 과잉 입법이 국가적인 이익보다는 지역의 정치적 이익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점이다. 불과 얼마 전에 부산항만공사 항만위원 추천 몫 2명을 경남에 새로 부여하는 항만공사법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해 부산지역의 반발을 사고 있는 상태다. 부산시 2명 등 7명으로 이뤄진 항만위원에 경남 몫의 2명을 추가함으로써 부산항과 관련한 현안 해결에 부산·경남 간 갈등의 불씨를 남긴 것이다.
특정 지역의 이익을 위해 입안된 극지활동진흥법과 항만공사법 개정안은 당장 폐기시키는 게 옳다. 법이란 게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의 지역구에 유리하게 만들어져서야 존립의 가치가 없다. 명색이 해양수도를 만든다면서 해당 상임위원 하나 없는 부산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경남과 인천은 각각 2명과 1명의 상임위원이 있는데 부산은 김영춘 의원이 해수부 장관에 임명된 뒤 위원이 단 한 명도 없다. 지역 정치권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조속히 상임위원을 배치해야 마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