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충북의 한 경찰서 지구대에서 근무하던 새내기 여경의 눈부신 활약이 사회의 관심을 끈 적이 있었다. 부임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던 신임 여경이 증권거래법 위반혐의로 10년가량 도피를 하던 40대 남성을 체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부터다. 당시 경찰의 검거보고서에는 이 여경이 택배기사로 가장해 수배자가 집 밖으로 나오도록 유인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새내기답지 않은 과감함을 보인 여경에게 찬사가 이어진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얼마 뒤 뜻밖의 반전이 이뤄졌다. 신임 경찰관이 표창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지구대 관계자들이 여경의 공적을 부풀린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충북경찰청의 감찰 결과, 이 여경은 검거 현장과는 아주 먼 곳에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 이후 공적 조작에 관여한 이들은 정직과 견책처분 등을 받았다.

이런 종류의 가짜 영웅 만들기는 조직 사회의 큰 병폐 가운데 하나다. 특히 상명하복이 중요시되는 집단일수록 특정 사건에 대한 과장이나 은폐 등의 유혹을 받기가 쉽다. 진실을 알고 있더라도 조직의 보복이 두렵거나 ‘좋은 게 좋다’는 생각에서 덮어둘 가능성이 높아서다. 충북 경찰의 사례처럼 “이 기회에 후임을 한 번 챙겨주자”는 식의 상급자 제안을 아랫사람이 거부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군인권센터가 지난 6일 폭로한 ‘병사 익사사고 미담 조작’ 의혹도 비슷한 맥락이다. 2011년 육군 17사단 소속 병사가 한강에서 수풀 제거작업을 하던 중 실족사하자 현재 중장으로 재직 중인 당시 사단장이 이 병사가 물에 빠진 후임병을 구한 뒤 변을 당한 것으로 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 요지다. 나중에 조작사실이 드러나자 사단장이 그 책임을 연대장에게 떠넘겨 감봉과 보직해임 등의 처벌을 받도록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훈련 중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든, 단순 사고로 숨지든 군인들의 죽음은 모두 안타까운 일이다. 또 관련 규정에 따라 합당한 예우가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사실을 조작해 특정인을 영웅으로 만드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는 행여 사고에 대한 책임 때문에 자신에게 돌아올지도 모를 불이익을 차단하겠다는 파렴치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군은 최근 ‘사단장 갑질’ ‘공관병 혹사’ 등의 사건이 벌어지면서 국민들의 좋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군 개혁의 목소리가 괜히 나오는 것은 아닌 듯싶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