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발달로 갈수록 풍요로워지는데도 왜 빈곤층은 늘어나는 걸까? 19세기 미국 정치경제학자 헨리 조지가 품었던 사회 모순에 대한 의문이다. 그는 그 해답을 토지 사유에서 찾았다. 각종 생산활동으로 창출된 부(富)가 노동자에게 일한 만큼 분배되지 않고 대부분 작업이 행해진 토지를 가진 지주에게 지대(地代)라는 불로소득으로 돌아가는 게 그가 발견한 모순의 본질이다. 캘리포니아 철도 건설로 인한 지가 및 지대 상승 폭과 속도가 임금 인상 정도를 훨씬 웃돌아 개발될수록 빈부격차가 심해졌던 당시 현실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 실상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불후의 명저가 ‘진보와 빈곤’이다.

“토지를 공공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조지는 그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토지단일세(지대조세) 제도 실시를 주장했다. 이미 사유화된 토지를 공유화하지 않는 대신 지대를 조세로 징수해 복지 등 국가 경영에 사용하자는 얘기다. 토지와 자본 모두를 공유화해야 한다는 마르크스 이론과는 다르다.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인정한 것이다. 조지의 학설에 공감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소설 ‘부활’에서 조지이즘을 소개했다. 그리고 자신의 농노들에게 토지를 나눠주고 집을 떠나 방랑하다 시골역사에서 최후를 맞았다.

조지는 뉴욕시장에 출마해 떨어지는 등 자기 이론을 실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조지이즘을 적용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곳은 1957년 들어선 덴마크 정의당 연립정부. 일명 ‘토지세 정부’라고 불리는 이 정부는 조지이즘 덕분에 토지 투기의 근절과 함께 국제수지를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시켰다. 아울러 인플레이션을 1% 수준으로 낮추고, 완전고용을 거의 실현하는 등 부강한 나라로 성장하는 초석을 닦았다. 조지이즘은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싱가포르 타이완 등지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정기국회 원내교섭단체 연설에서 조지이즘에 입각한 ‘지대 개혁’을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임대료로 얻는 불로소득이 연간 300조 원을 넘는다. 국가 예산의 4분의 3, 국내총생산의 4분의 1에 해당된다. 상위 10%가 국내 부동산의 97.6%를 소유하고 있다. 불평등과 양극화의 근본원인이 부동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이런 내용의 연설을 통해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역설했다. 지주의 거센 저항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귀추가 주목된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