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들이 이렇게 잔인무도할 수 있는가. 부산 사상구에서 발생한 여중생 집단 보복 폭행사건 말이다. 또래 학생 한 명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폭행하고, 그것도 모자라 무릎 꿇린 피해 학생의 참혹한 모습을 사진까지 찍어서 보냈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더 경악스러운 건 어린 학생들이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보복 폭력을 휘둘렀다는 사실이다. 10대 청소년들이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번 사건은 피해 학생이 두 달 전 사하구 공원과 노래방에서 같은 가해자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피해 학생의 부모가 그런 사실을 경찰에 고소했고, 이에 앙심을 품은 가해자들이 피해 학생에게 보복 폭행을 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경찰이 두 달 전에 신고된 이 사건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미온적으로 수사하다 화를 키운 꼴이 됐다. 늑장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경찰은 가해 여중생들의 폭행 동기에 대해서도 다소 오락가락한 모습으로 불신감을 높였다. 지난 1일 2차 폭행사건이 발생한 뒤 경찰은 가해자들과 피해 여중생이 처음 만났으며, 가해자들이 피해 여중생의 버릇 없는 태도를 이유로 폭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 결과, 가해자들의 보복 폭행 사실이 드러나면서 빈말이 되고 말았다. 그동안 피해자 측과 만날 수 없어 수사 진행이 어려웠다는 경찰의 설명도 납득하기 어렵고 궁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우리의 학교폭력은 심각한 지경이다. 지난 5년간 적발된 학교폭력 사범만 6만3400여 명에 이른다. 어제 강릉과 전주에서도 학교폭력 사건이 뒤늦게 밝혀져 또 다른 파문이 일고 있다. 돌아서면 터지는 게 학교폭력이다. 이러니, 미성년자의 형사처벌을 감경할 수 있는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국민청원이 봇물을 이루는 상황에 이르렀다. 강력한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또 다른 부작용과 문제가 없도록 사회적 노력과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