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기로 유명한 대한민국! 특히, 대학입시에 대해서는 저마다 전문가인 양 한마디씩 다 하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 우리나라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필자 또한 두 아들을 대학에 보냈고, 어쩌다 보니 소속 대학에서 학생 선발을 책임지는 입학처장 자리에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몸담은 경험이 있어서 대학입시에 대해 문외한은 면한 것 같다. 그런데 교육현장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전 국민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비교육적인 표현들이 참으로 눈에 거슬린다. 우리 모두가 그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써왔지만 이제는 교육현장에서 사라져야 할 몇 가지 표현에 대해 성토해보고자 한다.
첫째, ‘주요과목’. 일선 교육현장에서 주요과목은 흔히 국어·영어·수학을 일컫는데 그렇다면 이 세 과목 이외의 과목은 주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그럼 주요한 과목만 배우지 주요하지 않은 과목을 왜 교육과정에 편성해서 시간 낭비를 하는가? 또 주요과목 이외의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주요하지 않은 사람인가? 고교까지의 교육 철학은 전인교육 아니었던가?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세상에 주요과목이란 없다. 타당한 이유에 의해 시간 배정이 조금 많아야 할 과목과 상대적으로 조금 적은 시간이 배정된 과목이 있을 뿐이다.
둘째, ‘상위권대학’(심지어 일부 언론은 주요대학이라고 말한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상위권’이 있으면 ‘하위권’이 있고, 애매한 경우 ‘중위권’으로도 표현해야 할 터,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상·중·하를 매긴 것인가. 구태의연한 줄 세우기 아닌가? 수험생들에게 대학의 서열을 말해보라고 하면 암기식 교육의 달인답게 숨도 안 쉬고 1초 만에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라고 말한다. 학생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서울 지역 10개 대학의 첫 글자를 따서 순위를 매긴 것이다. 실체도 없는 상위권대학이라는 인식 때문에 아무리 좋은 입시제도를 만들어도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한쪽에서는 대학과 학과 나름의 고유한 특성화를 강조하면서도 다른 쪽에서는 여전히 이에 역행하는 대학의 서열을 매기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세상에 상위권대학이란 없다. 대학 나름의 설립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개발한 대학 고유의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뿐이다.
셋째, ‘유망학과’. 대학들은 입시철에 학과 몇 개를 지정해서 유망학과로 부각해 수험생들에게 노출한다. 그렇다면 유망학과에 들어가지 않는 학과는 무엇인가? 유망학과에 들어가지 않으면 전망이 밝지 않다는 뜻인데 전망이 밝지도 않은 학과를 왜 가지고 있으며, 그 학과 교수와 학생은 뭔가? 세상에 유망학과란 없다. 학과별로 지향하는 바가 있고, 그 지향점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각기 다른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인재를 양성할 뿐이다.
넷째, ‘깜깜이 전형’. 요즘 학생부종합전형을 깜깜이 전형이라 부르면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도대체 학생부종합전형이 왜 내용을 알 수 없는 깜깜이 전형이란 말인가? 학교생활기록, 자기소개서, 면접 등을 통해 학생의 능력과 잠재력을 평가하겠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 이상 뭘 더 알려주고 학생을 뽑아야 하는가? 학교생활기록부는 어떤 내용이 어떻게 기록되어 있어야 하고,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작성했을 때 몇 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해줘야 하는가? 그렇게 되면 모든 학생이 다 똑같은 학생이 되지 않는가? 세상에 그런 평가가 어디 있는가? 학생부종합전형을 비판하기에 앞서 이 전형을 통해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반칙을 하지는 않았는지 자기 성찰을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세상에 깜깜이 전형이란 없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종합’이라는 말 그대로 고등학교 생활 기록을 하나하나 계량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포괄적 평가를 통해 옥석을 가리는 전형일 뿐이다.
이제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수시모집 원서접수로 2018학년도 대학입학을 위한 6개월간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입학전형에 대한 비판과 입시제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교육에 대한 맹목적 편견으로 인해 우리 스스로 모순에 빠진 것은 아닌지, 제도의 취지를 무시하고 나만 잘살자고 틈만 나면 반칙을 시도하지는 않았는지 더 늦기 전에 자성해봐야 할 때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부산가톨릭대학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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