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이름을 울음소리를 이용해 붙이는 사례가 종종 있다. 양서류에 속하는 맹꽁이가 대표적이다. 산란기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려 ‘맹’하는 소리를 내면 옆에 있던 다른 수컷들이 ‘꽁’하고 박자를 맞춰 울어준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입모양을 빗대 ‘주둥이가 좁은 두꺼비(Narrow-mouthed Toad)’라고 맹꽁이를 부르는 영미권 국가에 비하면 우리의 호칭에 훨씬 정감이 간다.
그런데 맹꽁이라는 단어를 사람에게 쓰게 되면 서로 간에 감정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다. 국어사전은 맹꽁이가 ‘야무지지 못하고 말이나 하는 짓이 답답한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로도 사용된다고 적어 놓았다. 행동이 다소 느린 이 동물의 특징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맹꽁이 처지에서는 억울하다고 여길지도 모를 일이다.
옛 사람들은 맹꽁이 울음소리가 들리면 장마가 비로소 시작되는 것으로 여겼다. 또 예전에는 7~8월쯤 쉽게 맹꽁이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농약 사용 등으로 생태계가 오염되면서 이제는 농촌에서도 맹꽁이가 나타나는 일은 드물다. 그래서 이 동물은 현재 환경부의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랬던 맹꽁이가 한참 개발이 진행 중인 경남 진주시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진주시는 옛 진주역 폐선부지에 지식산업센터를 건립하던 중 맹꽁이가 서식하다는 주민들의 제보를 받은 뒤 실태조사를 위해 일단 공사를 중단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맹꽁이 개체 수는 적지만 장마철이면 울음소리가 자주 들렸다는 증언이 잇달아 나오면서 대량 서식지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진주시와 지역환경단체 등은 멸종위기에 처한 맹꽁이 보호를 위한 방법 찾기에 나섰다. 일차적으로는 기존 서식지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최선이나 지식산업센터 건립이 상당히 진행된 터라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대안으로 나온 게 맹꽁이를 환경이 비슷한 곳으로 옮기는 것. 하지만 맹꽁이는 포획이 쉽지 않는데다 졸속으로 서식지 이전이 이뤄졌다가는 개체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어 양측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개발과 생태계 보존은 늘 충돌을 불러오게 마련. 지식산업센터 건립은 진주시의 낙후지역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다. 마찬가지로 멸종위기 동물 보호도 개발 못지않게 중요하다. 진주시와 환경단체가 머리를 맞댔다니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묘안을 기대한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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