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유명 축구선수의 아들 ‘대박이’가 전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방송사마다 앞다투어 육아 프로그램을 편성해 귀여운 아기들을 텔레비전 화면에서 보여주며 출산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출산율은 오르기는커녕 뒷걸음친다. 2016년 출생통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1.17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저출산 대책이 본격화한 2007년 1.25명을 기록한 뒤 2012년 1.30명까지 올랐으나 이후 다시 미끄러졌다. 정부가 2006년부터 10년간 총 101조6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출산율은 더 낮아졌다. 올해 상황은 최악이다. 2017년 상반기까지 합계출산율은 0.55명으로 이런 추세면 연간 1명 이하의 수준으로 떨어져 출산절벽이 도래할 것이라고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10년 전, 늦게나마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처음 인지할 때만 해도 우리의 대책은 초보 수준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2005년 저출산고령화위원회를 출범시킬 당시 영유아 보육 지원 정도가 고작이었다.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서 안 낳는구나’라는 생각에 보육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이명박 정부는 2차 대책에서 일·가정 양립 정책을 추진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여성 직장인을 집에 빨리 보내고, 육아 휴직을 사용하게 하면 아기를 낳을 것으로 판단했다. 역시 단순한 생각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혜택의 외연을 확대한 정도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저조한 이유는 임신·양육하는 여성을 차별하고 양육 책임을 여성에게 전담시키는 등 안심하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제반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여성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일자리 창출 정책 등에서 여성 고용의 양과 질을 높일 수 있는 성평등적 정책으로 재편해야 한다.

출산 지원 정책은 단순한 인구정책으로서의 대책이 아닌 가족 정책 차원에서 출산의 불편과 비용을 덜어주어야 한다. 또 여성 정책으로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출산 후 고용의 안정, 양육의 부모 공동책임 등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만 성공한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학원 교수인 한스 로슬링은 “저출산 문제의 핵심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고다”라고 역설하였다. 유럽 선진국들의 저출산 대책은 30~40년 전부터 시행됐다.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나라들의 비결은 ‘성 평등 정책’이었다. 프랑스는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노동법상 임산부를 보호하고, 산전 6주, 산후 10주에 해당하는 산전후휴가 및 입양휴가 등을 보장하고 있다. 출산과 관련한 비용도 100% 지급된다. 육아휴직, 아버지휴가, 간호휴가 등 육아와 관련된 다양한 휴직·휴가를 법으로 보장하는 등 출산·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과 사회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게 프랑스의 저출산 대책이다. 이렇게 30년 이상을 시행해 온 덕분에 최근에 와서야 프랑스 출산율이 다시 증가했다.

대박이를 보면서 ‘우리도 귀여운 아들 하나 낳아 볼까’하고 생각하는 부부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자녀 한 명 기르는 데 드는 비용과 여성의 육아로 인해 생기는 고통, 사회적 경력 단절로 생기는 문제, 가부장적인 우리나라 남성들의 의식구조들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면 말이다. 방송사들이 해야할 일은 그저 유명인들의 자녀를 텔레비전 화면에 보여주기보다는 자녀 양육을 통해서 여자들이 겪는 좌절과 가정 내에서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개선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대박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아빠가 정해진 시간 동안 같이 놀아주는 것이 아닌 아빠도 육아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고, 그 시간 엄마가 직장에서 사회적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리라. 대박이는 텔레비전에서 성평등주의 사고방식의 사회적 합의만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래로병원 소아과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