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강국 건설의 기치를 내건 새 정부가 해양수산부의 예산을 오히려 줄인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429조 원에 달해 슈퍼예산으로 불린다. 북핵 도발 때문에 국방비가 대폭 늘어나고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여파로 문화부 예산이 삭감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총예산이 대폭 증액된 가운데 해수부 예산이 5조 원도 안 되게 줄어든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외교·통일 분야와 비슷한 꼴찌 수준이니 기가 찬다. 이래서야 무슨 변화가 있을까 싶다.

해결이 시급한 해양수산 분야의 과제는 크게 세 가지 정도가 꼽힌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망가진 해운업을 재건하는 게 첫째다. 해운 조선 산업의 일원화와 급격히 줄어드는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한 휴어제 실시 등이 그 나머지다. 대선 공약인 한국해양선박금융공사는 한국해양진흥공사로 축소돼 내년 6월 출범키로 했는데 정부 예산이 1000억 원에 불과하다. 설립 자본금 3조1000억 원이 사태 해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데다 정부 예산조차 미미해 시늉만 내는 듯한 느낌이 대단히 짙다.

한진해운이 보유했던 선박이 100척에 육박했으니 해양공사의 규모로는 해운산업 재건이 불가능에 가깝다. 현대상선, SM상선 등의 투자를 감안한다 해도 한진해운의 절반이라도 선박을 확보해야 해운업 회생이 가능해진다. 조선업과 해운업의 해수부 일원화는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음으로써 일단 물 건너 갔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양산업클러스터 10억 원, 어업지도선 4척 건조 등은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그 정도로 조선업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심각한 어자원의 고갈로 휴어제 실시는 하루가 급한 과제다. 한데 수산자원 변동 예측 시스템 개발에 38억 원, 연근해 자원회복 연구에 5억 원이 내년 예산에 배정됐을 뿐이다. 수협이 12개 전 업종 휴어제를 실시하자는 마당에 내년부터 연구하겠다는 건 느려도 너무 느리다. 어자원 고갈은 이상 기온과 함께 바다 오염, 남획이 주 원인이다. 어업 보상비와 바다 정화비를 책정해 휴어제를 조속히 시행할 일이다. 전 정부와 달라지려면 마땅히 새 정부는 해양수산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