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니’라는 별명이 친근하게 느껴져 좋아요. ‘쑤기’(김정숙 여사 별명)도 옛날에 그렇게 부르기도 했으니까 좋고요. ‘여니’(이낙연 국무총리 별명)는 이 총리님이 저보다 연세가 더 많으시니 괜찮은지 모르겠네요.” 청와대가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 100일, 소소한 인터뷰’ 동영상 중 문 대통령 별명 이야기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행진하면서 덩달아 ‘이니굿즈’도 인기다. 이니굿즈는 지난 대선 때 붙여진 문 대통령 별명 ‘이니’에 ‘굿즈’(Goods·상품)를 합한 신조어다. 기자들과 북한산 산행 때 입었던 등산용 재킷, 평소 즐기는 커피 래시피, 미국 방문 당시 교민들에게 선물했던 손톱깎이 세트 등이 그 예다. 티셔츠나 가방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까지 생겼다. 정치인을 상품으로 소화하는 2030세대와 광범위한 지지층이 원동력인 듯하다.

이니굿즈 열풍은 우표와 시계로 옮겨붙었다. 문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첩은 ‘완판’됐다. 문재인 시계는 구해달라는 민원이 폭주하면서 청와대 내규를 새로 만들어 관리할 정도다. 문 대통령 사인과 ‘사람이 먼저다’는 정치철학을 새긴 문재인 시계 단가는 개당 4만 원 정도. 한국시계공업협동조합이 추천한 6개 기업 가운데 선정된 거노코퍼레이션이 생산한다.

이니굿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 있다. 하나는 한국도자기가 만드는 찻잔 세트. 1973년 청와대 납품을 시작해 문재인 정부까지 이어졌으니 45년 세월이다. 묵은 장맛이랄까. 또 하나는 유독 두드러지는 책 이야기다. 지난 5월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82년생 김지영을 안아주십시오’라고 적어 문 대통령에게 선물한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나 문 대통령이 휴가 때 읽었다는 ‘명견만리’, 국민인수위원회가 기획한 ‘대통령의 서재’ 프로젝트는 우리 사회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곰삭은 지성의 단면 아닐까.

그런데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오찬 회동에 참석한 일부 의원이 내심 문재인 시계 선물을 원했다는 대목이 걸린다. 이날 참여정부 초대 비서실장 출신인 문희상 의원의 ‘잘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는 충고와 함께. 지지율은 언제 바뀔지 모르는 것.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문 의원이 평소에 애송한다는 ‘잡보장경’(雜寶藏經)의 한 구절을 곱씹어 볼 일이다.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