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범과 함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국가 과제를 신청할 때나 우리 주변의 주요 현안을 논의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키워드가 됐다.

인터넷 기반 초연결사회를 지향하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사회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네트워크가 각종 생산설비와 유통 등의 산업 분야에서 본격화되고, 사물인터넷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고 있다.

독일의 인더스터리 4.0과 미국 GE의 인더스트리얼 인터넷 구상이 현재 사물인터넷의 대표 사례다. 바로 생산설비, 유통, 소비 측면을 ICT로 연결해 효율적인 생산을 실현하는 것이다. 물론 미국 IBM은 클라우드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에 대해 빅데이터 해석을 지원하는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솔루션을 제안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ICT 기반으로 구축된 4차 산업혁명은 메모리 집적회로의 소형화, 통신기술, 에너지 및 공간 효율성이 높은 스토리지 기술, 전송 속도, 자연 언어 처리 기술, 센서 기술 등의 기술적 진보로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이 구현된 사회는 마치 지구 전체를 뒤덮은 새로운 거대 생명체가 숨 쉬는 사회와 같다. 이 생명체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최적화하면서 우리가 그동안 SF영화로만 봤던 미래 사회를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기술을 우리 인체에 비유하면, 주변에 무수하게 많이 배치된 센서는 시각 청각 촉각 등의 감각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신경계를 통해 뇌와 신경중추로 집약되고 처리되어 근육 등에 지령을 내려 최적의 동작을 실현한다. 여기서 뇌와 신경중추가 인공지능, 근육은 로봇에 해당한다.

4차 산업혁명의 현주소를 구현하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사례를 보면, 차량에 탑재된 비디오카메라와 라이더(레이저 레이다)에서 나오는 정보를 수집하고, 이것을 인공지능으로 화상을 처리하고 상황을 판단해 핸들과 액셀러레이터를 조작한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집단으로 제어할 때는 개별 자동차의 정보를 무선 네트워크로 수집해 외부의 처리센터나 처리노드 또는 차량 탑재 인공지능끼리의 협조처리로 개별 자동차의 제어가 최적화된다. 이런 정보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권역 단위로 집약되면 도시교통이 종합적으로 제어될 수 있다.

2020년대로 진입하면 전 세계의 센서가 1조 개 이상 될 것이라고 예측한 ‘Trillion Sensors Summit’의 보고와 함께 500억 개 이상의 사물인터넷 디바이스의 설치로 시장규모가 200조 원을 상회하는 등 관련 시장의 확장성이 기대되는 것을 볼 때 4차 산업혁명이 멀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등을 통해 발생하는 데이터의 수집, 처리, 교환, 관리, 가시화, 모델링, 표준화, 분석 등이 요구될 것이다. 그리고 데이터 때문에 유발될 수 있는 각종 분쟁을 국가적, 사회적, 개인적으로 조정하고 합의에 접근할 수 있는 체계의 구축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미국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가 주창한 바 국가의 대명제로서 제시한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터와 관련해 아이디어와 개념들을 기획하고 영향력 있는 제도를 구축하고 실행하는 능력 즉, 소프트 파워가 절실한 시점이다.

가깝게는 미세먼지, 계란 파동, 기상 오보 등의 사회문제도 근본적으로는 관련 데이터의 수집, 분석, 관리가 제대로만 수행되었더라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주변에서 관리되지 않는 데이터를 비롯해 수집되더라도 잘못된 데이터가 계속 수집되거나 누락되는 사례를 너무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맞이하는 4차 산업혁명은 재앙이 될 것이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유관기관, 그리고 국민 개개인이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해서 재고할 시점이다.

그나마 부산시가 도시 환경과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중교통에 이동형 IoT 기반 센서를 부착해 대기 환경, 교통 상황, 유동 인구 등에 대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분석하고, 빅데이터, 가상 소프트웨어 센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어 다행이다.

KISTI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