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을 처음 모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도로주행에 대해 공포심을 갖게 마련. 그래서 뒷좌석 유리창에 ‘초보운전’임을 알리는 스티커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자신보다 먼저 도로주행을 경험한 ‘운전 선배’들이 초보자를 위해 아량을 베풀어달라는 무언의 압력인 셈이다. 누구나 초보시절의 당황스러운 기억이 있는지라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배려의 미덕을 발휘한다.

예전의 밋밋하고 상투적이었던 문구와 달리 요즘에는 초보운전 스티커에도 재치가 넘친다. ‘저도 제가 무서워요’ ‘거북이도 제가 답답하답니다’ ‘초보엄마랑 아기가 있어용’ 등의 스티커가 붙은 차량을 보면 뒷 차량 운전자는 웃음을 머금고 양보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느냐 마느냐는 선택의 문제다. 한때는 스티커를 부착 않으면 범칙금까지 부과했으나 이 제도는 시행 5년 만인 1999년 폐지됐다.

최근에는 운전이 능숙한 이들도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차량에 이런저런 스티커를 붙인다. 교통사고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경찰 등이 만든 공익용 스티커를 부착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종류의 스티커는 대개 타인에게 큰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건드리면 뒤진다’ ‘자꾸 빵빵거리면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죽여버림’ ‘차 안에 소중한 내 새끼 있다’ 등과 같이 운전자들이 적지 않은 불쾌함을 느끼도록 하는 문구도 많다.

얼마 전 부산에서는 자동차 뒷 유리에 여자 귀신 스티커를 붙인 30대 운전자가 즉결심판에 넘겨졌다. 이 스티커는 평소에는 식별이 어려우나 뒤따르던 차량이 상향등을 켜게 되면 귀신 형상으로 변하도록 고안됐다. 경차를 모는 해당 운전자는 평소 야간 운행 때 뒷 차량이 상향등을 비추면서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아 복수를 위해 귀신 스티커를 붙였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도로교통법에는 혐오감을 주는 도색이나 표지 등을 자동차에 붙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범칙금 30만 원이 부과되거나 구류에 처해진다. 그런데도 귀신 스티커 등은 인터넷을 통해 심심치 않게 팔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스티커를 본 뒷 차량 운전자가 극심한 공포감으로 운전대를 놓치거나 꺾는 바람에 대형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부착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개성의 표현도 좋지만 이쯤 되면 엽기 스티커를 붙인 차량은 ‘달리는 흉기’나 다를 바가 없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