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내용 또한 만만찮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줄거리는 천하통일을 앞둔 진시황을 죽이려는 자객 4명의 분투기. 진시황은 보신책으로 자신의 100보 안에 접근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다. 은모장천·파검·비설 등 자객 3명을 물리친 무명은 이들의 머리를 들고 진시황을 찾아간다. 무명의 자객 격파 이야기에 빠져든 진시황은 ‘100보 금지령’을 스스로 깨버리고 만다. 진시황을 처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난 무명. 그는 그러나 칼을 거두고 물러나 폭우 같이 쏟아지는 화살을 맞고 쓰러진다.

진시황을 살려준 이유는 백성을 전쟁으로부터 구하기 위한 최상의 방책은 천하통일이라는 것.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대의 추구로 풀이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티베트 등 자국 내 소수민족들의 저항을 진압하고 한족 중심의 통치를 이루려는 중화주의(中華主義)로 읽을 수도 있다. 당시 중국 정부가 이 영화 제작에 군대를 동원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데서도 이런 의도가 엿보인다. 중국과 이웃한 우리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그래도 이 영화에선 중화주의를 화려한 영상미로 가리려고 애쓰긴 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개봉된 ‘전랑2’에는 그런 아름다움은 사라진 채 중화주의만 넘쳐난다. 특수부대 출신의 중국인 주인공이 아프리카 내전국에서 자국인과 난민을 구한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중국판 람보’에 다름 아니다. 개봉 24일 만에 누적 관객 1억4000만 명을 넘기고 세계 역대 박스오피스 100위권에 진입할 정도로 중국인들이 열광하고 있다.

영국 BBC는 “민족주의만 가득 찬 액션 영화”라고 혹평하며 ‘누구든 중국을 건드리면 어디든 찾아가 죽이겠다’는 주인공의 대사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군사굴기(崛起·우뚝 섬)’ 등 중국 세계 전략의 영화적 표출인 셈이다. 이 전략은 베트남 인도 등 이미 여러 나라의 반발을 부른 상태다. 실패한 미국의 세계 전략 사례들을 떠올리게 한다. ‘중화주의의 그늘’이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