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구에 이어 동구 주민들의 민심이 다소 냉담한 것으로 나타나 원도심 통합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한다. 동구청이 주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원도심 통합 찬성이 43%로 반대 의견보다 6%포인트 높았다. 주민들이 통합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구체적인 통합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동구와 중구 통합의 찬성률이 44%에 달하는 반면 4개 구 통합에 대해서는 19% 찬성률에 그쳤다. 통합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4개 구 통합엔 부정 의견이 높은 셈이다.

원도심 통합의 로드맵까지 발표하며 속도전에 나섰던 부산시로서는 당장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통합 찬성률이 과반에 미치지 못한 데다 4개 구 통합안 찬성률은 10%대에 그치면서 박삼석 동구청장부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중구가 포함된 통합에 조건부 찬성 의견을 보였던 박 청장이 주민이 반대하면 어렵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영도구 의회는 의회대로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원도심 통합에 대해 반대 성명이나 반대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으로 있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우리는 그동안 부산시, 시민단체가 제기한 원도심 통합에 대해 원론적인 찬성 입장을 피력해 왔다. 인구 유출로 쇠퇴 일로인 원도심을 통합함으로써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방향성에 공감하면서도 부산시가 벌이는 속도전에 대해서는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8월 통합 건의, 10월 주민동의, 내년 지방선거 전 마무리라는 일정표는 밀어붙인다는 인상이 짙다. 일방적 추진이 아니라 충분한 논의와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원도심 통합안이 좌절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동구 주민의 찬성률이 반대보다 높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없지 않다. 시간을 두고 주민 설득에 힘을 기울인다면 언젠가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예산 절감이나 인센티브 등 행정적 편의에 치중할 게 아니라 통합할 경우 주민들에게 돌아갈 혜택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원도심 통합이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것이라면 그 누가 반대할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