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BIFF)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올해 영화제에 최선을 다한 뒤 오는 10월 21일 폐막식을 마지막으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문 내용으로 볼 때 영화제 사무국과의 갈등이 원인으로 작용한 듯하다. 따지고 보면 갑작스러운 거취 표명의 근원은 2014년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싼 논란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당장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제22회 BIFF의 성공 개최가 발등의 불이다. 더 큰 문제는 ‘다이빙벨’ 논란을 극복하고 BIFF가 제자리를 잡는 것이다. 두 사람 사퇴 표명이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다.

그 중심은 BIFF의 주인인 부산시민이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를 만든 열성은 올해 영화제가 이름값을 못하는 사태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주최 측과 영화계가 초청작 선정과 게스트 섭외 등 난제 해결에 힘을 보태기 바란다. 부산시나 정부도 마찬가지다. BIFF 산증인인 김 이사장과 BIFF를 대표하는 여배우인 강 위원장도 예외일 수 없다.

당연히 핵심 사안에 관한 논의는 이어져야 하겠다. 앞서 영화제 사무국은 서병수 부산시장 공개 사과,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복귀, 국내외 영화인들의 지지와 참여를 호소하는 성명을 내놨다. 지난해 김 이사장과 강 위원장이 전면에 등장했을 때 BIFF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내실화, 국내외 영화계 네트워크 강화를 기대했지만 ‘다이빙벨’ 논란이 수습되지 않는 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음이 확인됐다. 강 위원장과 사무국의 긴장 관계가 성명으로 드러났으니 하는 말이다.

부산시는 어제 부산국제영화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영화제에 필요한 예산과 협찬금 확보에 차질이 없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서 시장 사과와 이 전 위원장 복귀 문제는 여전히 평행선이다. 시의 입장도 일정 부분 이해가 간다. 모두 법적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국정 농단의 희생양이 돼 성공적인 개최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BIFF다. 부산의 자부심인 BIFF가 역동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