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와 부산시가 각 기초지자체에게 정부의 홍보성 행사에 참가하라고 강권한 것은 참 구태의연하다. 위에서 지시하면 군말 없이 따를 것이라는 생각을 아직도 갖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부산시 등에 따르면 행자부는 다음 달 31일부터 경기도 일산에서 열리는 ‘2017 대한민국 행정홍보대전’에 전국의 광역·기초지자체와 지방공기업 등이 적극 참가해줄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최근 발송했다. 각 지자체의 우수 정책 홍보 및 채용 정보 소개 등이 행사의 개최 목적이다.

그러나 참가비 부담과 홍보효과 미흡 등의 이유로 지자체들의 호응이 부족하자 행자부는 참가 신청 마감일을 두 주일이나 연장하는 방법으로 압박에 들어갔다. 부산시도 확대간부회의에서 16개 구·군에 행사 참석을 독려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부산시 간부는 한 기초지자체의 부구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기도 했다. 결국 참가 의사를 밝힌 기초자치단체의 숫자가 당초 1개에서 8개로 늘었지만 ‘울며 겨자먹기식’이었다는 생각을 지우기는 힘들다.

예정에 없던 행사에 억지로 참가해야 하는 구·군의 처지는 딱하다. 한 구청 관계자는 부스 설치 비용과 기타 경비 등을 합치면 당장 700만 원 이상을 지출해야 하나 급작스럽게 예산을 뺄 곳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가뜩이나 업무 인원이 부족한 터에 상주하면서 부스를 관리할 인력도 차출해야 한다. 행사 개최일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제대로 된 기초지자체의 홍보거리를 찾아내는 일도 만만한 게 아니다.

이런데도 행자부는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한 일이라며 발뺌하고 있다. 부산시 역시 “새 정부 주최 행사인데 체면치레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뜻을 기초지자체에 전달했을 뿐 강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앞뒤 정황을 헤아려보면 행자부와 부산시의 해명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정부 행사에 각 지자체를 반강제로 동원하는 건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이다. 국민들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도 맞지 않는다. 생색내기에 불과한 정부 주도의 일회성 행사도 이제는 자제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