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몇 년 전부터 팬이 된 새로운 스포츠 스타가 있다. 그 선수의 플레이를 보노라면 너무 호탕하고 시원해서 나의 스트레스가 말끔하게 다 날아가는 것 같다. 그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요즘 자주 밤잠을 설친다. 그리고 대회 때마다 그 선수의 우승을 학수고대하며 응원하는 마음으로 TV를 봤다.
근래 나의 밤잠을 쫓아내고 나를 설레게 한 선수는 바로 지난 17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성현이다. 박성현은 이미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정상의 자리에 오른 선수다. 데뷔한 이듬해인 2015년에 3승을 거뒀고 지난해에는 무려 7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한국 여자골프 최고의 선수로 올라섰다. 그는 시즌을 끝내고 큰 꿈을 품고 무대를 미국으로 옮겼다. 올 시즌 LPGA에 데뷔한 뒤에는 얼마 만에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릴지 기대하게 했다. 나는 박성현의 데뷔 이후 LPGA 투어 대회를 보는 것이 취미가 되어버렸다. 밤잠을 설쳐가며 그가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기대하며 응원했는데 그러기를 꽤 오랜 시간 했던 것 같다. 박성현 선수 본인도 ‘슈퍼 루키’라는 주변의 기대에 부담감이 컸을 것으로 생각한다.

박성현의 우승을 오랜 시간 기다려온 나는 그 첫 승을 LPGA 최고의 대회인 US오픈에서 해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러나 그는 당당하게 해냈다. 첫날을 58위로 마친 그에게 별로 기대를 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하는 모습에서 많은 감명을 받았다. 마지막 날 차분하게 1타씩 줄여나가는 모습은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드디어 15번 홀에서 1타 차로 역전에 성공했고 17번 홀에서는 쐐기를 박는 버디로 순조로운 우승을 기대했지만 파5인 마지막 18번 홀에서 그의 세 번째 샷이 그린을 놓치며 살짝 밑으로 흘렀다. 이때 대회를 중계한 방송에서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박성현이 두 번째 샷을 물에 빠트리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줬다. 그걸 보며 혹시나 박성현이 이 홀에 트라우마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우려를 깨끗하게 씻어내는 그림 같은 어프로치샷이 나왔고 그제야 그의 해맑은 미소를 볼 수 있었다.

내가 더 감동을 한 것은 우승 후 인터뷰 내용이었다. 어떤 마음으로 경기했느냐는 질문에 그가 답한 “코스가 어려우므로 힘들어도 견디면서 하면 내 실력이 나올 것이라는 걸 믿었다”는 말과 “집중력이 떨어져서 페어웨이를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언급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마지막 홀에 대한 질문에서 “세 번째 샷을 실수했을 때 머릿속이 하얘졌다”면서 “연습한 대로 하면 된다는 캐디의 조언을 따랐다”는 말은 내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 “역시 내가 응원한 선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더 자랑스러웠다.

박성현뿐만 아니라 이번 대회는 한국 선수들의 선전이 두드러진 대회였는데 2위를 차지한 17세 최혜진 선수의 경기도 인상적이었다. 이들만이 아니라 요즘 LPGA에서 활약하는 모든 선수가 자랑스럽다. 미국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이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진심으로 전하고 싶다.

꿈은 언제나 꿈꾸는 사람에게 돌아온다고 한다. 스포츠는 언제나 각본 없는 드라마로 우리를 감동하게 하고 희망을 전해준다. 내가 스포츠 분야의 직업을 영위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의 마음을 품는다. 우리 팀의 선수들에게도 강한 자부심과 용기를 주기 위해 오늘도 체육관의 문을 힘차게 열고 들어갈 것이다.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마사회 탁구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