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부산외국어대 우암동 캠퍼스를 시 예산으로 사들여 공공시설로 활용하겠다는 내부 지침을 마련했다. 이 부지에 공공도서관과 복합문화공간, 대학생 연합기숙사, 청년창업공간 등이 들어서도록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인근에 있는 부산문화재단의 이전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분교 유치도 추진한다. 부산외대 측과의 합의가 선행돼야 하는 일이지만 시가 공익개발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일단 바람직해 보인다.

부산외대 우암동 캠퍼스는 2014년 2월 본교가 금정구 남산동으로 이전한 뒤 3년 넘게 방치되어 있다. 시와 부산외대가 이 땅을 무한정 묵혀둘 수 없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지만 양측의 개발방향이 달라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다. 최근에는 부산외대가 해당 부지에 2400가구 규모의 기업형 임대아파트를 짓는 뉴스테이 사업을 하겠다는 뜻을 밝혀 시와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부지 활용이 장기간 미뤄지다 보니 한때 호황을 누렸던 우암동 캠퍼스 주변 상권마저 몰락해 주민들의 불만도 날로 커지는 형국이다.

우암동 캠퍼스는 96.3%가 사유지다. 따라서 대학 측이 캠퍼스를 남산동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생긴 부채 820여억 원을 해결할 목적으로 개발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마찬가지로 부산외대가 제출한 뉴스테이 신청서를 반려한 시의 조치도 나무랄 수만은 없다. 이 사업을 위해 용도변경을 허가하면 특혜시비가 나올 수 있는 데다 공익개발을 추구하려는 시의 장기적인 도시계획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와 부산외대 간 대승적인 자세다. 양측은 우암동 캠퍼스를 어떻게 활용해야 시 전체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공동으로 부지와 시설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공공용지가 턱없이 부족한 부산의 현실을 고려하면 도심 내 13만여 ㎡의 땅은 놓치기 아까운 공간임이 분명하다. 다행히 시와 부산외대가 이 문제를 두고 어제부터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했다니 다행스럽다. 조만간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좋은 결론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