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BC) 221년, 중국 최초로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의 통치 이념은 법가 사상이었다. 이 사상을 정치에 도입한 이는 BC 336년 진효공(秦孝公)이 등용한 상앙(商鞅). 그는 새로운 법을 제정해 나라의 기강을 다잡았는데, 그 법이 매우 엄격했다. “열 집을 십(什)으로, 다섯 집을 오(伍)로 짜서 서로 감시하고 적발하여 연좌하게 하였다. 고발하지 않는 사람은 허리를 자르는 형벌에 처하였다.”(사마천 ‘사기 상군열전’) 법에 대해 말하는 백성은 “교화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모두 변방으로 추방해버리기도 했다. 국가 정책에 반하는 주장을 봉쇄하는 ‘검열사회’를 만든 것이다.
이런 사회 분위기는 진시황 때 승상 이사(李斯)에 의해 한층 강화됐다. “군주를 비방하는 것을 명예로 여기고, 취지를 달리함을 고상한 것으로 여겨서, 여러 추종자를 이끌고 비방을 일삼고 있습니다.…‘시경’과 ‘서경’ 그리고 제자백가의 저서들을 폐기시킬 것을 간청합니다. 폐기하지 않아도 되는 책은 의약서와 복서, 농림에 관한 책입니다.”(‘사기 이사열전’) 진시황은 이사가 올린 상서를 받아들여 법가 외 학자와 서적들을 묻고 불사르는 ‘분서갱유(焚書坑儒)’를 단행했다. 그 결과 민중 봉기가 일어나 진시황이 통일 왕조를 세운 지 3대, 16년 만에 나라가 망하고 말았다.
중국 역사에서 ‘검열사회’ 풍조는 만주족이 건국한 청나라 때도 두드러졌다. 강희·옹정·건륭제 시대의 ‘문자옥(文字獄·필화 사건)’이 대표적이다. 반만주적인 책을 찾아내 고치거나 불태워버렸으며, 금서령을 내리기도 했다. 장정롱의 ‘명사안(明史案) 사건’은 특히 악명 높다. 강한 반청의식을 드러낸 이 책으로 인해 탄압 당시 이미 죽고 없었던 그는 육시되고, 그의 형제·자손과 책 판매·구매자 등 70여 명이 사형됐으며, 부녀자들도 변방으로 쫓겨났다.
제19차 공산당대회를 앞둔 요즘 중국 사회에도 검열 칼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사망한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와 그의 부인 류사, 톈안먼 시위 발생일인 ‘6월 4일’ 등 민주화 관련 단어들은 물론 만화영화 캐릭터인 ‘곰돌이 푸’까지 온라인 검색에서 차단됐다. 통통한 푸가 시진핑 주석을 희화화하는 소재로 사용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천진난만한 푸의 수난이 애처롭다. 진실은 막고 누를수록 반발력이 커진다는 건 동서고금의 보편적 진리이니, 중국 정부가 이를 모르지는 않을 터. 그럼, 애써 이를 외면하는 걸까?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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