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일몰제 실시를 앞두고 정부가 나서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주지하다시피 2020년까지 공원이나 녹지로 묶인 도시공원 내 사유지를 지방자치단체가 사들이지 않으면 개발을 허용하는 제도가 공원일몰제다. 그동안 5만 ㎡가 넘는 땅에 초점을 맞춰 대책 마련에 부심했으나 정작 5만 ㎡ 미만 소규모 도시공원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불거져 나온 것이다. 사유지가 5만 ㎡ 이상일 경우 특례사업을 통해 30%만 개발을 허용하는 대신 70%를 녹지로 지킬 수 있지만, 5만 ㎡ 미만은 사유지를 매입하지 못하면 100% 규제에서 풀리는 탓이다.

부산의 경우 공원일몰제 대상인 전체 도시공원 54곳 가운데 22곳은 사유지가 5만 ㎡ 미만이다. 이들 지역은 정부가 공원일몰제에 따라 난개발 우려가 커지자 도입한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 대상에서 빠진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이들 지역은 해운대공원이나 대연2·송도·동백·용두산공원처럼 대부분 산지가 아니라 도심에 있다. 그런데 이들 지역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부산에만 일몰제 대상 공원 전체 사유지 매입에 드는 돈이 1조80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가용할 수 있는 부산시 재원은 이의 10분의 1인 1800억 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자연환경이 뛰어난 곳에 집중해야 하니 5만 ㎡ 이상인 이기대나 청사포공원 등지의 사유지 매입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5만 ㎡ 미만 도시공원 22곳 431만719㎡ 의 사유지 22만6667㎡ 매입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이유다.

이 문제 해결을 지자체에만 맡겨둔다면 후유증은 자명하다. 부족한 재원 탓에 사유지를 매입하지 못해 난개발로 이어질 경우 도시 휴식공간이자 녹지 부족이 우려된다. 녹지가 사라지면 열섬 현상 가속 등 2차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는 비단 부산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공통적인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원일몰제 해결과 함께 1인당 6㎡ 이하인 생활녹지를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수준인 9㎡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부는 일몰제 연기나 특례사업 범위 조정, 사유지 매입 재원 확보를 위해 지자체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