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대표하던 종합병원인 침례병원이 끝내 파산에 이르렀다는 소식이다. 1955년 영도구 영선동에서 문을 연 지 62년 만이다. 부산지법은 총자산이 부채보다 적고, 청산가치가 계속 병원을 운영하는 가치보다 높다는 판단에 따라 파산 선고를 내렸다. 침례병원 총자산은 895억7900만 원인데 부채는 967억1600만 원으로 채무 초과 상태이다. 앞서 이 병원은 지난 1월 27일부터 휴원에 돌입해 오는 8월 31일까지 네 차례 휴원을 연장하며 버텼으나 경영난에 무릎을 꿇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중구 남포동 진료소를 전신으로 동구 초량동을 거쳐 금정구 남산동까지 환자 치료, 복음 전도, 의료인 교육 등에 기여한 침례병원의 의미를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미국 의료 선교사로 평생 봉사한 의사 빌 왈레스를 기념해 붙인 ‘왈레스기념침례병원’이란 이름의 무게가 엄중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1968년 초량동으로 이전하며 황금기를 누렸고, 1999년 금정구 남산동 608병상 규모 현재 병원으로 옮기며 부산 의료계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만큼 침례병원 파산이 병원 자체에, 또 부산 의료계에 드리운 그림자가 짙다. 당장 파산 뒷수습이 만만찮아 보인다. 재판부에 따르면 침례병원의 유동자산은 35억7300만 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부채 가운데 퇴직금을 포함한 체불임금은 300억 원대로 알려졌다. 파산 절차를 밟아가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금정구 유일의 종합병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지역 의료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귓등으로 흘려들을 일이 아니라 발등의 불이다.

게다가 부산 의료계의 치열한 적자생존의 단면을 보는 듯해 마뜩잖다. 침례병원은 남산동으로 옮긴 뒤 뿌리를 채 내리기 전에 대형 병원의 등장으로 환자가 줄고, 수익이 감소하는 악순환에 내몰렸다. 원활한 의료전달 체계와 지역별 의료 서비스 편차 해소에 오히려 악영향을 주는 의료산업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경고음인 셈이다. 한때 700명에 달했던 침례병원 직원들이 일자리를 찾도록 돕고, 지역 의료 공백을 메우면서 새로운 침례병원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