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백지화를 두고 찬반 논란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는 신고리원전 5·6호기 공사가 일시 중단됐다. 사업 시행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어제 이사회를 열어 정부의 협조 요청대로 일시 중단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백지화 여부를 판단하는 공론조사가 본격화됐다. 최종 결정은 3개월 후 시민배심원단이 내릴 예정이다. 그러나 원전 찬반 진영 간에 전력수급체계, 전기료 등 각종 에너지 문제를 둘러싼 시각차가 너무 커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의문이다. 공론조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제고가 당면 최대 과제로 불거졌다.

당장 전력 수요 전망에 관한 논쟁이 불붙을 기색이다. 그제 산업통상자원부가 임명한 민간 워킹그룹이 밝힌 2017~2031년 수요 예측치가 발단이 됐다. 이들은 2030년 최대 전력 수요를 101.9GW로 예상했다. 이는 2년 전 전망한 113.2GW보다 11.3GW 적은 것으로, 원전 7~10기(기당 1.1~1.5GW)의 발전설비용량에 해당한다. 원전 축소 여지가 생긴 셈이어서, 자료의 객관성이 입증될 경우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탄력을 받게 된다. 그러자 "5·6호기 건설 중단 근거로 활용하기 위해 작위적으로 만든 수치가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전기료 논란도 확산일로다. 야당은 "2030년까지 원전과 화력 발전을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이면 전기료가 지금의 3.3배로 오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맞서 환경단체는 "전기료가 가구당 2000~3000원 인상에 그칠 것"이라고 반박했다. 갈등 증폭을 우려한 산자부는 "전기료를 결정할 요소가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요금을 예측하는 건 무의미하다"며 경계론을 펴고 나섰지만 소모전을 가라앉히긴 어려워 보인다.

근거가 불확실한 주장은 혼란을 가중시키고, 정략적 이용 불신만 키울 따름이다. 공론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전문가와 이해 당사자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놓고 충분한 분석과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방법은 공론조사뿐이다. 공론장 밖에서 서성대며 선동에 골몰할 게 아니라 장내로 들어와 당당히 입장을 개진하길 바란다. 그게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참여민주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