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국회 일정 보이콧을 해제한 데 이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어제 추가경정예산 심사에 응하기로 하면서 국회가 정상화됐다. 청와대가 국민의당에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머리자르기' 발언을 '대리 사과'하고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극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이로써 국회는 추경안이 제출된 지 38일 만에 본격 심사에 착수했다. 새 정부 출범 두 달이 넘도록 표류를 거듭하던 여야 대치 정국에 숨통이 트여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여야가 이처럼 합의에 이른 것은 민생과 직결된 추경 심사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인식 아래 한 발씩 물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이틀간 청와대와 여당이 야당을 분주히 오가며 설득에 나서는 등 국회 정상화의 명분을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 그간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내 갈길을 간다는 밀어붙이기식 태도를 바꾼 것이다. 실제 청와대의 인식과 달리 흠결이 있는 인선으로 갈등의 단초를 제공한 건 사실이다. 그런만큼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야당에 일정 부분 양보하는 변화는 바람직해 보인다.

청와대의 밀어붙이기도 그렇지만 사사건건 반대로 일관해 온 야 3당 또한 국민에 실망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비록 추 대표의 '머리자르기' 발언이 지나치긴 했어도 국민의당이 이를 빌미로 국회를 보이콧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 국회를 볼모로 삼아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려는 것으로 비친 탓이다. 자유한국당 역시 한 명이라도 더 낙마시키는 게 목적인 듯 장관 후보자 임명과 추경을 무리하게 연계했다. 국회 복귀를 결정한 것도 국민의당이 선회하자 발목잡기라는 비난을 우려해 마지못해 뒤따라간 듯한 모양새다.

어쨌든 여야가 국회에서 다시 만났지만 향후 일정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야당이 남은 인사청문회와 추경안 심사에서 깐깐한 검증을 벼르고 있어 또다시 대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야당의 정당한 권리이자 의무다. 그러나 특정사안과 연계한 명분 없는 반대를 재연해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청와대와 여당도 합리적인 야당의 주장까지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서로 한 발씩 양보해 어렵사리 정상화한 국회가 다시 공전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