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퇴임을 앞둔 지난 1월 백악관 브리핑룸을 예고 없이 찾았다. 그는 "누군가를 대변하기에 참 좋은 이름을 갖고 있다"며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을 칭찬했다. '성실한' 또는 '진심 어린'이란 뜻을 가진 이름 '어니스트(Earnest)'처럼 진실을 전하는 대변인에 제격이라는 취지였다.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함께 일한 최고의 사람 가운데 한 명"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정례 브리핑을 하던 어니스트 대변인을 위한 작별 선물이었던 셈. 그는 2007년 3월 오바마 대선 캠프에 합류했으며, 2014년 6월부터 백악관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오바마가 "그는 항상 준비돼 있고 정중하며 우리의 생각 정책 비전을 최대한 많이 나누고자 했다"고 평가한 어니스트를 우리나라 정당의 대변인과 바로 비교할 순 없지만 입맛이 개운찮은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존중과 배려보다는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막말이 오히려 화를 돋우니 하는 이야기다.

더불어민주당이 낸 "어려운 대외 경제환경 속에서도 세계 1위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전자에 격려 박수를 보낸다"는 논평은 그래서 이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재벌 개혁에도 앞장서겠다"고 다짐했고, 재벌 문제라면 눈에 쌍심지를 켜는 민주당이다.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위한 방미 기간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친기업 대통령'을 표방하며 투자 확대 및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러브콜을 보낸 점도 빼놓을 수 없지만 그만큼 삼성전자의 성과가 만만찮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에 시가총액 세계 1위인 애플을 영업이익에서 앞서고, 세계 반도체업계 1위인 인텔을 매출에서 추월했다. 공시된 잠정실적은 매출 60조 원, 영업이익 14조 원으로 '대한민국 1위가 세계 1위'가 됐다. 특히 창사 이래 최대인 영업이익은 미국 IT 업계 '빅 4'로 불리는 'FANG'의 실적을 모두 더한 것보다 많다고 한다. FANG은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을 가리킨다.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1969년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를 세운 지 48년 만이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과 '최순실 국정 농단'에 연루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수감으로 'CEO 리스크'가 여전한 가운데 내놓은 성적표다.

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첫 회동이 추진되고 있다. 그때 민주당이 어떤 논평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