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이다. 그렇다 보니 의료 지식과 정보가 인터넷에 넘쳐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의료 정보의 홍수로 인한 부작용이 개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 인터넷 의료 지식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병원을 찾기 전에 인터넷으로 자신의 증상에 따른 질병명을 먼저 진단하고서 자신이 진단한 질병에 대해 치료해 달라고 요구하는 젊은 환자도 가끔 만난다. 의사인 필자가 다르게 진단한 질병에 대해 설명해주지만 환자는 영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을 지으며 치료를 받고 간다. 또 아픈 증상이 있을 때 병·의원에 가기보다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한 의학 정보를 참고하여 환자가 스스로 진단하고 자가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의사 입장에서 보면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일보다도 더 심각한 일들이 최근에 일어났다.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이하 안아키)' 라는 인터넷 카페는 아이들에게 약을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병을 겪도록 해 치유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연치유법을 소개해 젊은 엄마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 카페는 2013년 개설 이래 회원이 현재까지 5만여 명이 가입한 대형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한의사가 카페 설립자여서 더욱 신뢰를 얻은 이 인터넷 카페에서 제공하는 치료법은 황당하다. 홍역 백신 등의 필수 예방접종을 받지 말고 고열 소아 환자는 그대로 방치해두면 된다고 말한다. 아토피 피부염에는 약 대신에 소금물과 재래 간장을 바르라고 하고 중이염 환아에게 간장으로 비강 세척을 하라고 권하며, 그러한 행위들이 자연치료법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카페 설립자는 건강한 소아들이 수두에 걸린 아이와 함께 놀아 감염되는 것이 좋다는 내용의 발언도 했다고 한다. 건강한 소아가 수두 환아로부터 수두에 걸려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는 일이라 참으로 끔찍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필수 예방접종 금지도 마찬가지다. 접종을 하지 않으면 법정 전염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예방접종은 오랜 기간의 임상시험을 거쳐 그 효과가 입증된 것이고 감염병 예방을 위한 국가정책이다.

의학적 치료도 마찬가지이다. '안아키'에서 주장하는 치료법들은 사이비 의료이며 의학적으로 아무 근거가 없는 주관적 상상력에 불과한 엉터리 치유법으로 소아들을 아주 큰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 이러한 치료법을 따르게 되면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고 제때 적절한 의학적 치료를 받을 수 없어 질병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이러한 치료 권유 행위는 불법의료행위를 넘어서 아동학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 최근에 이 카페의 권유대로 환아에게 치료를 한 후 부작용이 발생하자 그 보호자가 보건복지부에 민원을 제기하여 보건복지부가 경찰청에 수사를 요청하였다고 한다.

어떠한 증상이나 질병이 생길 때는 전문의를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손쉽다고 인터넷으로 의학 정보를 습득하고 그대로 치료를 했다가는 빠른 완치의 기회를 놓치고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을 키워 치료가 힘들어지거나 합병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특히 자연치유법을 너무 믿으면 곤란하다. 질병에는 그에 합당한 약을 써야 한다.

이러한 개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외에도 국내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도 질병 치료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범람하여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인터넷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유해한 사이트를 적발하여 폐쇄하도록 하고 국민이 질병 치료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쉽게 제공받는 방법을 연구해 시행하기를 바라고 일반인도 인터넷 의료 지식을 너무 과신하지 말기를 바란다.

전 부산시의사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