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는 외로운 죽음, 고독사가 최근 5건이 발견되었다. 이건 충격을 넘어 두려움이다. 고독사는 각박해져 가는 사회, 1인 가구의 증가, 서민경제의 장기 침체 등과 맞물려서 발생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고독사를 예방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고독사와 관련한 부산시의 대책을 담은 6월 27일 '부산 1인 가구 50만 명 전수조사'라는 1면의 기사가 눈을 번득이게 했다. 그런데 기사에 담긴 부산시의 대책은 실망이다. 특히 부산시 담당 공무원의 멘트는 실망을 넘어 절망이다. "지금까지는 1인 가구의 방문을 두드려 응답이 없으면 되돌아왔다. 앞으로 전수조사에서는 몇 차례 찾아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을 경우 경찰 소방당국의 도움을 받아 강제로 문을 여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
이 말을 유심히 보면 '고독사를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고독사 방치를 막겠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같은 말 같지만 예방과 방치를 막는다는 것은 180도 다른 이야기다. 고독사 예방은 고독사의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만들어 고독사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고독사 방치를 막는 것은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확인하고 죽었으면 죽은 분을 빨리 찾는다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대책이 될 수 있을까? '혼자서 아무도 모르게 죽는데 이걸 어떻게 알겠느냐, 고독사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으니 부산시가 아무 대책이 가만히 있으면 되겠느냐, 하는 척이라도 해야지'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대책으로 전수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1인 가구 50만 명은 16개 구·군 205개 동, 4500여 개 통에 퍼져 있다. 부산의 전 세대 중 33%로 지역 인구의 7분의 1이다. 이 많은 수를 누가 조사하고 누가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까? 다복동 사업한다고? 가뜩이나 다복동 사업 때문에 바쁜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에게 맡길 것인가? 결국 부산시의 대책대로 진행된다면 동주민자치센터를 들들 볶고 일 많은 사람에게 일만 더 늘려주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고독사의 특징과 어떤 이유에서 늦게 발견될 수밖에 없는지, 고독사하신 분의 삶의 환경 등을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또 농촌은 고독사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 고독사가 심각했던 외국을 비롯한 다른 지역은 어떤 대책을 세웠는지, 그리고 대책들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성공했다면 성공 원인을 실패했다면 실패한 이유를 밝혀 이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 지금 이 순간에도 발생할지 모르는 고독사에 대해서는 부산시의 대책인 전수조사 같은 느린 방법이 아닌 방송 매체의 공익광고 등을 통해 우리 사회가 고독사의 위험에 놓인 분들에게 관심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대책 중 하나이다.
그리고 최근에 발생한 고독사들을 보면 정확하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시기적인 공통된 특성이 있다. 사망 시점이 대체로 환절기라는 것이다.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만약 사망 시점이 환절기 전후라면 지금의 전수조사는 더욱 의미가 없고 시간 인력 예산 낭비의 사례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간단하게 기사에 담긴 부산시의 대책을 두고 살펴보았다. 결국 '부산 1인 가구 50만 명 전수조사'라는 기사는 부산시의 대책을 소개하기보다는 부산시 대책에 대한 비판과 제대로 된 대책을 촉구하는 내용이 더 적절했을지 모른다.
요즘 우리 사회는 어떻게 살지를 걱정하면서도 어떻게 죽을지에 대한 논의도 하고 있다. 고독사와 성격은 약간 다르지만 돌아가시는 어르신의 80% 이상이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신다. 가족과 떨어져 생을 마감하는 분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결국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중한 사람들 앞에서 생을 마감하는 죽음을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사라지고 있다.
부산시가 제대로 된 대책 없이 형식적인 대책만 세우게 된다면 고독사는 50만 명의 공포를 넘어 모든 부산시민이 짊어져야 할 공포가 될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부산시가 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국제신문에서 현재 상황과 문제점, 해결방안을 찾아보는 전문가 좌담회 개최를 비롯해 언론으로써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본다. 무엇보다 부산시가 문제의식을 제대로 가질 수 있도록 압박하길 기대한다.
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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