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새 대표에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압도적인 지지로 선출됐다. 지난해 12월 16일 이정현 전 대표가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반년여 만에 정상적인 당 지도부가 들어서게 된 셈이다. 홍준표 대표의 자유한국당이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새출발하지만 앞길에 놓인 과제는 어느 것 하나 호락호락하지 않다.

홍 대표는 "당을 쇄신하고 혁신해서 달라진 모습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겠다"고 다짐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갤럽조사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7%대로 곤두박질한 상태다. 바른정당에도 뒤처져 있을 만큼 민심은 등을 돌려버렸다. 국정 농단 사태 과정에서 친박계가 보여준 구태와 거수기로 전락한 자유한국당에 대해 국민들은 염증을 느끼고 기대를 거둔 것이다. 국민들에게 '적폐세력'으로 각인된 당을 환골탈태하는 게 홍 대표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다.

자유한국당을 환골탈태하는 데는 자기부정이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어 내부갈등을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관건이다. 홍 대표는 지속적으로 '친박 청산'을 강하게 내세웠지만 자칫 내홍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 대표를 수식하는 '막말 정치인' 이미지도 걸림돌이다. 대선 기간 '돼지 발정제' 표현부터 '설거지 등 집안 일은 여자가 하는 일'이라는 말, 장인을 '영감탱이', 친박계를 '바퀴벌레'라고 지칭하는 등 저질스럽고 혐오스러운 표현은 본인은 물론 자유한국당의 품격까지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

자유한국당이 거듭나는 길은 처절한 자기반성과 혁신뿐이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수단으로 친북, 빨갱이 딱지를 붙이는 구태의연한 모습부터 버려야 한다. 이런 게 보수정치라고 생각하는가. 국민의 수준을 도대체 어떻게 보는 건가. 한국당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보수정당에 걸맞은 정책과 이념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안보, 경제, 교육, 법치 등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 약자에 대한 따뜻한 포용과 관용, 튼튼한 안보, 경제성장 등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 바른정당과의 재통합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풀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