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초 문을 연 서울의 잠실 롯데월드타워는 123층(555m)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특히 500m 높이에 있는 전망대는 단숨에 서울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날씨가 좋으면 가시거리가 40㎞나 돼 인천 앞바다가 보일 정도다. 승강기 속도 역시 상상 이상이다. 지상에서 전망대까지 걸리는 시간은 60초밖에 되지 않는다. 롯데그룹의 신격호 총괄회장은 이런 건물을 세우게 된 이유에 대해 "서울에 온 외국인들에게 고궁만 보여줄 수 없다"는 답을 한 바 있다.

관광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랜드마크' 개념이 정착하면서 세계 각국은 앞다퉈 고층 건물을 짓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828m를 자랑하는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다. 롯데월드타워는 높이로 보면 세계 5위다. 반면 전망대 높이로만 따지면 3위로 순서가 올라간다.

이들과 비교하긴 힘드나 부산에도 꽤 유명한 전망대가 있다.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용두산 타워'로 더 잘 알려진 부산타워다. 120m의 이 건축물은 1973년 건립 당시 아시아 최고의 관광탑으로 주목을 끌었다. 2년 뒤 서울에 규모가 더 큰 남산타워가 생겼지만 한동안 부산뿐 아니라 한국의 대표적인 전망대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이후 국내에도 비슷한 시설물이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서면서 부산타워의 위상은 많이 추락했다. 부산타워의 운영주체가 2000년대 후반까지 부산시나 산하 공기업이어서 주위 환경의 변화를 탄력적으로 수용하지 못한 점도 침체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랬던 부산타워가 최근 환골탈태를 했다. 부산시가 민간사업자와 힘을 합쳐 44년 만에 재단장을 하면서부터다. 가상현실(VR) 망원경 뿐 아니라 증강현실(AR)을 적용한 각종 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게 됐다. 기존의 팔각정에는 젊은 층 흡수를 위해 스낵과 주류 판매장도 설치됐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지난 1일 재개장 때 부산타워에는 기대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벌써 인터넷 등에는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하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부산시는 올 연말께 시내면세점이 개장하면 부산타워가 옛 명성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국제 인지도를 높이려 세계타워연맹(WFGT) 가입도 서두르는 중이다. 도심 가까운 곳에 볼거리 하나가 더 생겼다니 반가운 소식임이 분명하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