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그제 시민들에게 극지타운 건설 청사진을 밝혔다. 극지연구소와 실증연구단지, 체험박물관 등 극지 관련 시설을 짓는 계획이다. 극지타운 건설이 지닌 의미는 실로 심대하다. 석유·천연가스·수산물을 비롯한 각종 자원이 무진장 널려 있는 극지를 개발할 전초기지이기 때문이다. 부산이 대표적인 미래 신성장 산업의 하나로 꼽는 극지산업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시는 극지타운 건설을 계기로 부산을 아시아의 극지 관문도시로 육성한다는 웅대한 비전을 제시해 귀추가 주목된다. 그 비전은 차츰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러시아에 특사로 다녀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 일단을 보여줬다. 부산항이 시·종점인 북극항로 개척이 핵심이다. 그는 "북극항로가 개척되면 부산항은 허브 항만이 되고, 불황에 시달리는 부산·울산·경남을 살릴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된다"고 강조했다.

동북아와 유럽 간 항해시간이 인도양과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기존 항로보다 3분의 1가량 줄어 운송상품의 시장경쟁력이 현격하게 신장된다는 게 그 직접적인 이유다. 그럴 경우 해운경기가 살아나 부울경에 밀집한 조선업체들에 선박 건조 주문이 밀려들고, 그 전·후방 연관효과로 지역경제 전반에 활력이 돌게 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 3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의 쇄빙액화천연가스운반선 명명식에 참석해 "북극항로 개척 가능성이 활짝 열렸다"고 말했다.

부산시의 비전이 실현되려면 먼저 현재 인천에 있는 극지연구소의 부산 이전 문제부터 매듭지어야 한다. 시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오는 9월 부산으로 옮겨올 때 부설기관인 극지연구소도 동반토록 해줄 것을 최근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극지연구소는 당초 부산 이전 대상에 포함됐거니와 북극항로 개척 등 연구내용과 지리적인 위치를 봐서도 가장 연관성이 높은 부산에 오는 것이 마땅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3년 이런 연유에서 부산 이전에 화답한 만큼 정부는 개별 지역이 아닌 국가 이익 차원에서 용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