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는 경기도와 어금버금한 면적에 인구가 200만 명이 채 안 되는 소국이지만 에너지 강국이다. 지난해 카타르의 구매력평가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2만7660달러로 세계 1위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원천이다. 특히 천연가스가 두드러진다. 매장량은 러시아와 이란에 이어 세계 3위지만 수출량은 세계 1위다. 우리나라는 카타르로부터 전체 천연가스 수입량의 35%가량을 들여온다.

우리나라와 카타르는 축구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도하의 기적'이 새삼스럽다. 도하는 카타르의 수도다. 1993년 10월 28일 도하에서는 1994년 미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우리나라가 북한을 3 대 0으로 이기고 이라크가 일본과 2 대 2로 비기면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희비가 엇갈렸다. 후반 인저리 타임에 터진 이라크의 동점골로 우리나라는 일본을 힘겹게 따돌리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날 우리나라는 2002년 월드컵 유치를 선언했다.

카타르는 2010년 12월 2일 2022년 월드컵 개최국으로 선정됐다. 당시 카타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호주 미국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과 경쟁에서 이겼다. 아랍 및 이슬람권에서 개최되는 첫 월드컵이다. 호사가들은 '월드컵 사상 인구가 가장 적은 나라, 국토가 가장 작은 나라, 월드컵 본선에 한 번도 나가 본 적이 없는 나라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한 번의 예기치 못한 인연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은 오는 14일 새벽 4시 도하에서 카타르와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위해 양보 못할 대결을 펼친다. 그런데 아랍권 7개국의 '카타르와 단교' 선언 불똥이 대표팀에게 튄 것이다. 카타르로 들어가는 항공편을 구하기가 만만찮은 일이 됐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리비아 예멘 몰디브 등 7개국은 테러리즘을 후원한다는 이유 등으로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다. 카타르의 독자적인 외교노선이 이들 수니파 국가의 심기를 건드린 듯하다. 카타르는 '중동의 스위스'를 표방하며 실리적인 중립노선을 유지해왔다.

당장 우리나라 대표팀의 컨디션이 걱정되고, 2022년 월드컵도 순탄치 않을 듯하다. 국제유가까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립노선 유지가 이렇게 힘든가 보다. 카타르는 이 위기상황을 어떻게 돌파할까. '앗살라무 알라이쿰(신의 평화가 당신에게)'.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