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한 지 20여 일이 되었다. 정부는 검찰개혁·일자리·4대강 재조사 등 집권 100일 플랜을 내걸고 주도면밀한 속도전을 내고 있다. 이러한 정책 수행을 맡을 총리를 비롯한 정부요직의 인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시점에서 문득 대유학자로서 경륜이 높고 추앙받는 큰 스승인 남명 조식(1501~1572)을 떠올린다. 그의 사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상소문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실 대응의 과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찾아보기로 하자.

당시 남명은 초야에서 제자 교육과 수양에만 몰두하던 중 뜻하지 않게 조정에서 단성현감이라는 직책을 받고 명종에게 '을묘사직소'(1555년·명종 10년 10월 19일)를 올렸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정치하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 있고, 사람을 쓰는 것은 몸으로써 하고, 몸을 수양하는 것은 도로써 하는 것이다. 만약 사람을 눈으로만 뽑으신다면 잠잘 때 이외에는 모두 속이고 저버리는 무리일 것이다"고 했다. 그리고 통치자는 반드시 마음을 바로 하는 것으로써 국민을 새롭게 하는 것을 요점으로 삼고, 몸을 수양하는 것으로써 사람을 쓰는 근본으로 삼아야 통치의 법도가 세워진다는 정치의 요체를 밝히면서, 그렇지 않으면 나라가 나라답지 못하다고 하였다. 지금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줄곧 국민에게 호소하는 바가 나라가 나라답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여겨 462년 전 남명선생과 똑같은 말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였으니 현실 대응이 실로 정확하다.

462년 전 남명선생은 당시 조선의 정치가 문란한 것을 한탄해 이렇게 지적한 배경에는 문정왕후의 보호 속에 한 여인이 벌인 국정 농단이 중심에 있었다. 이 같은 일이 오늘날에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으니 새삼 역사적인 사건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정부가 시작되면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발탁해 임명하는 과정에서 여러 검증을 거치지만, 근본적으로 유념해야 할 것을 남명선생이 제안한 인재 발탁 기준을 참고로 했으면 한다. 선생은 무진년(1568년·선조1년)에 올린 '무진봉사(戊辰封事)'에도 같은 논조로 언급하였다.

다행스러운 것은 대통령은 누구의 가르침을 받지 않아도 뜻을 이루는 상지(上智)의 자질을 타고 나서 국민과 함께하려는 마음이 있으니 이 나라의 복이다. 그러나 정치를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측근과 정치집단의 중론을 모아서 최선을 택하지만, 대통령 자신이 통치의 도(道)가 있어야 한다.

이 도를 남명사상과 공자사상에서 찾아본다. 남명은 통치자의 도에 대하여 언급하였으니, 그 요점은 이렇다. "임금(오늘날 통치자)이 선을 밝히고 몸을 정성되게 하는 데 있다. 이른바 선을 밝힌다는 것은 이치를 궁구함을 말하고, 몸을 정성되게 하는 것은 몸을 닦는다는 것을 말한다. 마음은 이치가 모이는 주체이고 모든 선(善)이 다 여기서부터 나온다. 그 이치를 궁구함은 장차 쓰려는 것이요, 그 몸을 닦는 것은 장차 도를 행하려는 것이다. 그 이치를 궁구하는 바탕이 되는 것은 글을 읽으면서 의리를 강명하고, 일을 처리할 적에 그 옳고 그름을 찾는 것이다. 몸을 닦는 요체가 되는 것은 예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움직이지도 않는 것이다. 가슴속에 마음을 간직해서 혼자 있을 때를 상기하는 것은 큰 덕이고 밖으로 살펴서 그 행동에 힘쓰는 것은 왕의 도리(道理)이다. 그 이치를 궁구하고, 몸을 닦으며, 가슴 속에 본심을 간직하고 밖으로 자신의 행동을 살피는 가장 큰 공부는 반드시 경(敬)을 위주로 해야 한다."

남명선생이 이토록 몸을 닦는 수양론을 치자(治者)의 덕목으로 꼽는 것은 당시 사회가 그렇지 못했던 까닭도 있지만, 사람의 성정이 항상 바를 수만은 없는지라 기본적인 자질을 강조한 것이다. 옛날에 남의 나라 염탐을 잘하던 사람은 그 나라 국세의 강약을 보지 않고, 사람을 얼마나 잘 쓰고 못 쓰는가를 보았다. 따라서 천하의 일이 극도로 혼란하고 바른 통치가 이루어지는 것은 다른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어진 이를 쓰는 것은 다스림의 근본이다.

공자는 고대 중국의 태평성대를 이룬 요(堯) 순(舜)의 고사를 인용하였다. 그 요점이 '집기양단(執其兩端)'으로 양쪽 끝의 극단적인 견해를 피해 서로 다른 의견의 중간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는 중용(中庸)으로 통치하는 순임금의 통치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비중 있게 말했다. 지난주 대통령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인 보수'라는 견해를 밝히면서 정당 간의 협치를 강조하였는데 이점이 바로 '중용' 철학의 통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본다.

남명은 옳은 인재를 등용하는 것에 소홀히 한다면 '군자는 초야에 있고 소인이 나라를 마음대로 한다'는 말에도 일리가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조선 시대 성군이 한 것처럼 학문과 경륜이 있는 학자를 모아 청와대서 '경연'을 정기적으로 여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시인·동부산폴리텍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