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때문에 수질이 악화됐는데 그에 대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다른 후보들은 보를 상시 개방하거나 철거해야 한다는데…."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질문하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지천에서 흘러들어온 질소와 인을 포함한 물이 원인이지요. 소양댐에는 232일 동안 물을 가두어 놓아도 녹조가 발생하지 않지 않잖아요"라고 답했다.

토론의 맥락으로 볼 때 수질 환경적 측면에서 팩트를 체크해 보면 두 분의 의견이 다 옳다. 4대강으로 유입되는 질소와 인 등 과도한 영양염류를 아주 낮은 농도로 줄인다면 녹조의 발생 또한 낮아질 것이나, 그렇지 못한 현재 상황에서 물을 가두어 두면 수질이 더욱 악화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함안보를 비롯한 4대강 6개 보를 다음 달 1일부터 상시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6개 보를 상시 개방하는 것은 물의 흐름을 살려 4대강 수질을 개선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드러나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은 과거를 반추하고 조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상을 예리하고 적절하게 성찰하여 미래를 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장자의 우화 한 토막. 남해와 북해의 황제인 숙과 홀을 만난 중앙의 황제 혼돈은 그들을 극진히 맞았다. 사람은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을 쉬는데 혼돈은 구멍이 없었다. 숙과 홀은 혼돈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구멍을 뚫어주기로 했다. 하루에 하나씩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레째 되는 날 혼돈은 죽고 말았다. 소통을 위해 구멍을 뚫었는데 왜 죽고 말았을까? 이는 형체의 뚫음과 소통은 따로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앙 황제 혼돈에게 구멍을 뚫었다'는 것은 바로 자연의 이치를 거슬렀다는 것이다. 중앙은 자연이며 도를 상징하는데, 보이지 않는 뚫림으로 이미 자연과 소통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억지로 구멍을 뚫었으니 결과적으로 소통을 막아버린 꼴이다.

자연은 저절로 소통하는 것인데, 뚫음은 인위적 소통이므로 결국 자연스러운 소통을 막는 것이다. 자연적으로 열리고 닫혀야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되도록 자연에 인위를 가하지 말라는 뜻이다. 4대강의 보가 자연의 도를 막아버린 것이라고 한다면, 다시 뚫을 때도 여러 사항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을 장자의 우화는 역설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4대강은 우리 생명의 젖줄이면서 지역적으로 매우 다른 특성이 있다. 그러므로 사업 시행에 앞서 수질, 홍수, 가뭄 등 여러 환경적 변수에 대하여 지역별로 심층적인 검토와 팩트 체크가 필요했다. 그러고 난 뒤에라도 우선 한두 군데 시급한 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으로 했더라면 시행착오를 줄이고 물 관리 정책의 실질적 성공을 거뒀을 것이다. 이것은 4대강 복원을 검토하고 있는 이 시점에도 꼭 필요하다고 본다. 독일은 이자 강(Isar River) 289㎞ 중에서 겨우 8㎞를 복원하기 위해 10년간 조사한 후 또다시 10년 동안 3000만 유로(약 490억 원)를 들여 공사를 시행했다. 우리나라 환경단체, 전문가, 국민은 4대강에 대한 앞으로의 조치와 관련하여 정부를 믿고 기다려 주는 지혜를 독일 이자 강 사례에서 배울 수는 없을까.

여기서는 두 가지만 지적해 둔다. 첫째, 4대강은 우선 단기적으로는 일부 보를 개방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물 정책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 시행해야 한다. 둘째, 4대강과 관련한 정책은 '단계적 시스템'에 의하여 풀어나가야 한다. 4대강은 지역적으로 매우 다른 특성이 있다. 따라서 중앙위원회에서 전체를 조망하는 것은 수박 겉핥기식의 조사가 될 수도 있다. 중앙에서는 전체적인 계획, 즉 물 정책과 4대강 조사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지역별 전문가, 환경단체, 민관으로 구성된 지역조사위원회에서 철저히 조사하게 한다. 그런 후에 중앙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검토, 시행하는 단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4대강 팩트 체크, 이제는 서면 검토도 지났고 토론의 자리도 넘어 섰다. 오직 물이 있는 강의 현장에서 철저히 조사하는, 살아 숨 쉬는 팩트 체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은 생명이고 흘러야 썩지 않는다'는 가장 평범한 진리 앞에서 겸손해져야 한다. 수억 년 세월을 흘러왔고 다시 흘러가야 할 강물을 겨우 100년을 사는 인간이 난도질할 수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하물며 5년밖에 되지 않는 한 정권이 모든 걸 결정하고 일사천리로 진행했을 때 그것이 얼마나 우매하고 위험한 생각이었는지 깨달아야 한다.

경상대 해양식품생명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