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부설 기관인 극지연구소(KOPRI)의 부산 이전을 해양수산부에 정식 건의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KIOST는 오는 9월 경기도 안산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는 해양 전문 과학기술 연구·교육 기관이다. 본원이 부산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는 시기에 맞춰 인천에 있는 극지연구소도 부산으로 옮겨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해양수산 기관이 집적한 부산에서 시너지 효과를 높이자는 취지다.

부산시가 이처럼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한 참여정부의 맥을 잇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금이 극지연구소 이전 과정에서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적기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부산시가 공공기관 이전은 특정 지역이나 기관 이기주의가 아니라 국가 정책의 큰 틀에서 결정되어야 하며, 극지연구소 인천 잔류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하는 배경이다. 극지연구소는 참여정부 땐 부산 이전이 명시됐으나 이명박 정부 들어 인천 잔류로 입장이 돌변했다.

그러는 사이 극지연구소를 연구원으로 독립법인화해 인천 잔류를 영구화하려는 극지활동진흥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각계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해양·극지 연구의 융·복합을 활성화해야 할 시점에 극지연구소를 본원인 KIOST에서 떼어내면 본원의 연구 역량과 인프라를 활용하지도 못하고 중복 연구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누가 봐도 숨은 힘이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기관 이기주의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극지연구소는 극지(極地)의 환경변화 감시와 자원개발의 기득권 확보에 초점을 맞춘 연구기관이다. 연고가 아니라 미래에 초점을 맞춰 입지가 정해져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극지연구소가 인천 잔류를 시도할 시점인 2013년 6월 "극지연구소는 해양생태, 자원 및 북극항로와 연관된다. 지리적인 위치를 봐서도 부산 쪽이 극지연구의 센터가 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극지연구소는 처음부터 부산 이전 대상이었다.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이 비정상의 정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