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정권인수위원회 역할을 맡게 될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안이 어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9일 장미 대선을 거쳐 곧바로 대통령에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정권 교체 과정에서 이뤄지던 인수 인계절차도 생략해야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인수위를 구성할 수도 없었고 그럴 계제도 아니었다. 국정기획자문위 설치 운영은 새 정부 초기 시행착오를 줄이고 국정의 방향과 목표를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 정부 5년간 국정운영의 밑그림을 그릴 국정기획자문위 위원장에 곧바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을 임명했다. 최장 70일간 운영될 국정기획자문위는 30명 이내의 위원이 참여하고 6개 분야별 분과위원회로 구성된다고 한다. 당·정·청에서 추천받은 인사들이 고르게 참여해 새 정부의 국정 운영의 틀을 짤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정권에서 인수위는 마치 점령군이나 되는 듯 시끌벅적 요란스럽게 운영되곤 했다. 과거의 사례를 교훈 삼아 국정기획자문위가 조용하면서도 치밀하게 새 정부의 청사진을 그려나가길 바란다. 민주당 대선 공약집에는 '4대 비전, 12개 약속, 201개 실천 과제가 들어 있다. 방대한 규모다. 물론 대통령 1호 업무지시 사항인 일자리 주거 복지 등 민생 문제 같이 시급한 과제도 있고 성장동력 확충 등 중장기 정책도 있다. 국정기획위는 공약 사항 중 현실적으로 이행하기 힘든 것은 과감하게 걸러내고 우선 순위를 정해 단·중·장기 과제로 나눠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마땅하다.

국정기획자문위는 차제에 국가 운영의 큰 그림을 그려볼 것을 제안한다. 대선 공약은 갈래를 치고 우선 순위를 정해 관련 부처와 협의하면 될 일이다. 정말 필요한 것은 대한민국을 어떠한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운영해 나갈 것인지를 밝히는 일이다. 정권 초기가 아니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세계사의 큰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호가 나갈 방향을 제시하는 일이야 말로 국정기획자문위가 할 일이다. 국가 대계의 큰 그림을 그려놓고 그 속에서 세세하게 정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